gesipan
현강재

작성자 이근미
작성일 2008-09-11 (목) 14:34
ㆍ조회: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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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작가에 대한 관심
[삶의 향기―이근미] 유명작가에 대한 관심

[2008.09.10 18:27]


10여년 전 태국으로 이주해 방콕에 눌러 사는 후배가 요즘 자주 서울에 온다. 플로리스트의 꿈을 안고 학원에 다닌다는데 우리나라 꽃꽂이 기술이 발달한 데다 각종 부자재가 고급스러워 방콕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서울이 방콕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할 거라고 짐작했지만 후배는 꼭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국은 빈부격차가 줄어드는 반면 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점차 심해지는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有益有 無益無'의 출판계

남이 잘사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나 유명 작가에게는 관심이 많다. 그들을 볼 때면 '유익유 무익무(有益有 無益無)'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을 흉내내서 내가 만든 말이다. 유명인은 더 유명해지고 무명인은 도무지 이름을 알릴 길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달에 장편소설을 발간하면서 이 사실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유명소설가가 책을 내면 각종 언론 매체에서 앞다투어 보도해주고 출판사에서 각종 광고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무명 소설가는 신문 귀퉁이에 이름 한 줄 내기도 힘들고, 출판사에서는 지원에 신중을 기한다.

서점에서도 유익유 무익무의 행진은 계속된다. 무명작가가 책을 내면 매대 귀퉁이에 며칠 올려놓았다가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바로 구석의 책꽂이에 꽂는다. 하지만 유명 소설가의 책은 따로 매대를 마련하고 여기 저기 광고판을 붙여 독자의 눈길을 끈다. 인터넷 서점들도 유명인의 책이 나오면 첫 화면의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한다.

극소수의 유명인은 책이 나올 때마다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 유명세가 더욱 치솟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시대인 만큼 세계적인 유명작가들도 뜨거운 조명을 받는다.

하지만 무명작가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얼어죽기 일쑤다. 무슨 수를 쓰든 살아 돌아와 네 힘으로 '부익부 유익유'에 들라는 것이 엄혹한 현실이다. 유명인을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유명인이 걸출한 작품을 냈을 때가 서점으로서는 대목이니 발빠르게 움직여 매상을 올려야 한다. 유명인도 혹독한 무명의 세월을 견디며 그 자리에 도달했을 테니 누릴 권리가 있다.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어느 날 무명 용사의 책이 소리소문 없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기적이 일어나곤 한다. 언론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출판사의 막강 지원도 받지 못했지만 당당히 무명의 허물을 벗고 유명인의 대열에 끼는 작가가 생겨나는 것이다.

제3의 파도, 네티즌의 힘이 만들어내는 성과다. '이 책 괜찮더라'는 소문이 나면 인터넷 바다의 거대한 파도가 블로그를 넘나들다 오프라인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어 버린다. 가장 확실하다는 '입소문 마케팅'이 인터넷 시대에는 '블로그의 힘'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출판사들은 이들을 움직이는 마케팅에 힘을 많이 쏟고 있다.

까다로운 네티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작품의 질이 수반되어야 한다. 파닥파닥 살아 움직이는 그들의 기호도 당연히 파악해야 한다.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 지지를 받는다는 비판이 따르지만, 많이 팔린 유명인의 작품이 다 우수한 것도 아니라는 반박논리 또한 만만찮다.

이젠 네티즌까지 가세

책을 여러 권 낸 고수들의 말은 또 다르다. 그들은 '책도 운명이 있다'며 복불복(福不福)과 운칠기삼(運七技三)을 거론한다. '운이 따라야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이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살아오는 일과 블로거들의 마음에 드는 일, 책이 자기 운명을 잘 헤쳐나가는 비결은 과연 뭘까. 운명과 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결국 하늘이다. 하늘을 움직이려면 열심히 기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심은 대로 거둔다고 했으니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작품다운 작품을 만드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근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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