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sipan
현강재

작성자
작성일 2008-09-15 (월) 19:42
ㆍ조회: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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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후기
작가 후기

지난 50여 년간 북에 억류됐던 또 한 명의 국군포로가 탈출에 성공하여 귀환했다. 유엔군사령부가 6‧25 전쟁 직후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그 전쟁 중 납치 및 실종된 국군의 수가 82,318명이라고 기록되어 있음에도 북측은 3차 교환협상 이후 더 이상 포로는 없다고 강변해왔다. 그렇지만 위와 같이 목숨을 걸고 탈출에 성공한 국군포로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에는 그때 잡혔던 사람들 중 아직도 500여명이 생존하여 탄광이나 농업현장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
지금 중국 대륙에는 생존을 위해 북한을 탈출한 남녀 주민들 십 수만 명이 강제송환의 위협 앞에서 학대와 성적 유린을 당해가며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 이 「탈북자 문제」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가슴 속으로 추락하고 있는 전 인류적 관심사이다.

이 소설은 한반도 분단 상황이 빚어낸 위와 같은 「납북과 탈북 상황」을 씨줄로, 「살인사건 재판과정」을 날줄로 하여 우리의 현 처지를 파헤치고 묶어본 것이다. 그런데 여러 소재를 가슴에 품고 숙성시켜왔던 지난 3년 간 나는 2중의 고통과 시련을 현실적으로 겪었다. 하나는 내가 소속한 어떤 단체의 격렬한 내홍에 기인했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예기치 않게 휘말렸던 송사 때문이었다. 그 중 후자의 진동은 십 수 년 간 다져놓았던 생활의 기반이 뒤흔들릴 만큼 강력했다.

고객 한 명이 사건 브로커들과 오랜 모의 끝에 자신이 처분한 재산을 되찾겠다고 시작한 재판으로서 이른바 「IMF사태」라고 일컬어지는 국가 환난의 여파였다. 18개월에 걸친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비로소 사필귀정에 이르렀지만 그 과정에서 심성은 황폐해지고 비교적 소중히 지켜왔던 개인적 명예도 다소 훼손되고 말았다. 그러나 피를 말리는 긴장 속에서도 끝내 정(正)과 사(邪)를 정확히 구별하여 진실을 밝혀내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렇지만 소속 단체의 분규를 정리하고 또한 송사의 진실을 밝혀가던 중에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말았다. 전혀 죄책감도 없이 정의와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사람들 앞에서 한없이 좌절했고 거짓으로 끈을 삼아 주저 없이 죄악을 끌고 가는 사람들의 행적을 보는 것이 너무 슬펐다. 그러나 눈과 귀를 씻고, 기억조차 지워버리고 싶었던 그러한 흔적들이 오히려 이 소설에서 순기능을 한 것은 전혀 뜻밖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탈고를 하면서도 의문이 하나 남는다. 과연 내일, 재판장은 심은희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까.


                                                             玄岡齋에서  김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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