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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2-28 (화) 12:39
조회: 145  
최후 변론서(탄핵재판)
1.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근본으로 한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의 자동성(自同性)의 원리이다. 즉, 국민의 자기결정과 자기지배의 통치원리로서 다스리는 사람과 다스림을 받는 사람이 같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근거를 국민의 자기결정과 자발적 동의에서 구하는 조직원리이다.
이 원리가 작동되게 하는 것이 바로 ‘선거’(選擧)이다. 국민은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주권(主權)을 행사하여 5년 임기 동안 국가를 이끌어갈 지도자(대통령)를 선출해서 그에게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도록 맡겼다. 정권의 교체는 다음 선거의 국민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민주주의는 곧 선거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헌법이란 무엇인가? 헌법이란 주권을 가진 국민들의 최초의 합의이다. 그러면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국가공동체가 왜 헌법을 가지는 것인가? 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최초의 합의에 구속되는 방식으로 정치적 삶을 형성해나가기로 선택한 것인가? 그 대답은 간단하다.
하나는, 다수(多數)의 폭압과 전제(專制)로부터 개인과 소수(少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공동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순간의 격정(激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역사는 사람들이 순간의 격정으로 인해 자유와 정의등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마저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헌법이란 사람들이 일으키는 순간의 격정으로부터 헌법의 기본가치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2. 촛불민심은 주권자의 의사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순간의 분노와 격정’에 휩쓸려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라고 하는 민주주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하려고 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직선의 대통령에게 헌법적으로 보장된 5년의 임기를, 정치적 반대세력들이 확정되지도 않은 불분명한 ‘민심’을 등에 업고 ‘탄핵’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단축시키려 하고 있다.
언론매체들은 사실과 의혹을 마구 섞어 진실을 호도하면서 독자와 시청자들의 도덕적 감정을 자극하는 무절제한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양산함으로써 시민들의 분노와 격정을 부채질하여 왔다. 애초에, 사실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과장•왜곡된 언론보도가 시민들의 도덕적 감정을 자극하였고, 그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촛불을 들었다. 그 촛불민심에는 순수한 시민적 공분(公憤)과 특정 정치세력의 불순한 정략(政略)이 뒤엉켜 있었다. 촛불민심을 등에 업은 정치세력들은 처음에는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쳤다. 그러다가 그 요구가 여의치 않자, 국회 혹은 다수 야당이 지명하는 거국내각의 총리를 임명하고 대통령은 뒤로 물러나 앉으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는 국회의 특정 정치세력이 대통령의 권한을 찬탈하려는 반헌법적(反憲法的)인 시도이다. 국민이 헌법에 의한 민주적 선거절차에 따라 주권(主權)의 행사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했던 ‘민주적 정당성’을 국회가 모호한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빼앗겠다는 것이다. 이 요구는 ‘촛불집회가 곧 국민의 주권행사요, 촛불민심이 곧 주권자의 의사다’라고 착각한 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 제1조를 자신들의 편의대로 잘못 읽은 것이다. 촛불집회는 그 수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결코 ‘국민의 주권 행사’가 될 수 없다. 단지 ‘일부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를 ‘주권의 행사’로 착각하여, 4년 전 국민의 ‘진정한 주권행사의 결과’를 뒤엎으려는 시도를 하였다. 이러한 반헌법적 시도는 일반적인 선진적 민주국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 35년 동안 한국에 거주하면서 주한외신기자클럽 회장을 지낸 영국인 마이클 브린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의결이 된 뒤,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게재한 글[“한국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분노한 신이다(In Korean democracy the people are a wrathful god)”]에서 이렇게 논평하였다: “한국에서는 군중의 감정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강력한 야수로 돌변해 법치(legal system)를 붕괴시킨다. 한국인은 이를 ‘민심(public sentiment)’이라고 부른다. 민주주의의 한국적 개념은 국민을 맨 위에 놓는다. 법치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에서 살던 사람들은 이런 개념을 실제 유효한 것으로 체험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마이클 브린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심이 너무 강해 때로는 법제도를 붕괴시키는 것 같다. 이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군중집회가 ‘소통’의 수단이지, 막강한 힘을 행사해 법제도를 지배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 조선일보, “[최보식이 만난 사람] ‘촛불 집회 비판이 아니라... 한국의 허약한 法治 무너뜨릴까 걱정’”, 2017. 1. 16.자에서 인용함.
 
3. 국회의 탄핵소추는 위헌적으로 추진되었다



거국내각총리 문제가 여의치 않자, 국회는 마지막 수단으로 헌법상의 탄핵제도를 꺼내었다. 그러나 국회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탄핵소추를 위헌적으로 추진하였다.  



 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는 단순한 정치적 견제장치가 아니라 예외적인 헌법수호제도이다



국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가 우리 헌법질서에서 갖는 헌법적 좌표를 잘못 이해함으로써 여러 헌법적 결함을 지닌 탄핵소추를 추진하였다. 권한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임의로 행사하는 것은 헌법의 통일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의 헌법질서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주권자의 결정을 선거에 의하지 않고 변경시키는 예외 중의 예외적인 제도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단순한 정치적 견제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대통령의 권력남용으로 인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예외적인 헌법수호제도이다(2004헌나1 결정 참조). 
직선 대통령제 하에서 의회권력과 대통령의 집행권력은 원칙적으로 분리되어 그 존속을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의회해산권을 갖지 않으며, 의회에게는 정부불신임권이 없다. 헌법상 대통령은 의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유진오 박사는 제헌국회의 논의에서 대통령제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대통령제도는 지금 말씀드린 내각제도와 정반대의 장점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통령과 즉 정부측과 국회는 갈려 있으므로 정부측은 국회에 대해서 해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동시에 국회는 정부의 불신임결의를 할 수가 없습니다. … 한 번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임기동안에는 국회의 신임 불신임 여하를 불문하고 정부는 그대로 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 있겠습니다. 그런고로 그러한 의미에서 안정성과 강력성이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제헌의회 회의록의 전문위원 유진오의 발언에서 발췌함. 국회도서관, 헌법제정회의록(제헌의회), 헌정사자료 제1집, 106면. 
 
이러한 정치적 분리‧독립이라는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근본원리로부터 탄핵소추의 ‘실체적인 헌법적 한계’가 나온다. 만일 국회가 예외적인 탄핵소추권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형식적인 요건만을 갖추어 쉽게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에 대응하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국회에게는 실질적인 대통령해임권을 부여하는 셈이 된다. 이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직의 존속 여부가 전적으로 국회의 임의에 맡겨지게 되어 대통령과 국회간의 정치적 분리‧독립의 헌법원리에 반하게 된다. 이는 국회의 정치적 불신임으로부터 자유롭게 5년의 임기를 보장한 국민의 주권적 의사를 쉽게 거부할 수 있는 길을 국회에게 열어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대통령이 불충분한 증거와 당파적인 이해로 인해서 내쫓기게 된다면, 대통령직의 권위는 실추될 것이며, 결국은 입법부의 종속적인 기관으로 지위가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 언명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소추를 당했던 제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Andrew Johnson, 1865-1869년 대통령재임)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자신의 1표 차이로 탄핵을 기각시켰던 상원의원 에드먼드 로스(Edmund G. Ross, 1866-1871년 상원의원재직)가 왜 탄핵기각에 표를 던졌는지 그 이유를 밝히면서 했던 말이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기각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대통령탄핵은 우리의 훌륭한 정치조직을 타락시켜서 의회 내의 당파 독재정치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이 나라가 탄생한 이래 가장 교활한 위험이었다. 만약 앤드류 존슨이 비당파적인 투표에 의해서 무죄로 방면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당파에 의한 통치의 위험을 면치 못했을 것이고, 국가마저 위험 속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존 F. 케네디 저/배철웅 역, 용기 있는 사람들, 민예사, 2001, 170면에서 인용함.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를 향한 거부할 수 없는 국민의 열망 속에서 ‘대통령직선제’와 그 임기를 5년 단임으로 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여 성립되었다. 우리 헌정사에서 최초로 여야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헌법이다. 국민이 직선 대통령의 임기를 5년 단임으로 결정한 뜻은 장기집권을 막는 한편, 5년간의 안정적인 직무수행을 헌법적으로 보장한 것이었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국정의 최고책임자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수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공익이다. 행정권을 비롯한 국가원수로서의 권한들은 대통령 1인에 전적으로 귀속되어 있다.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파면은 곧 행정권과 국가원수의 기능에 심각한 장애와 중단을 초래한다.
바로 이러한 대통령직의 안정적 기능유지를 위해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내란죄(內亂罪)나 외환죄(外患罪)와 같은 헌법파괴적인 중대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재직 중에 형사상 소추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다(제84조). 또한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의결정족수를 헌법개정안의 의결과 같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정해 놓았다(제65조). 이러한 가중정족수를 헌법이 요구하는 취지는 대통령에 의한 헌법침해와 같은 중대한 사안이 아닌 한 대통령직의 기능수행을 흔드는 탄핵소추의 의결을 막고자 한 것이다. 국회만이 국민의 대의기관이 아니고 대통령 역시 국민이 직접 선출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또 다른 대의기관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 헌법상 직선 대통령제가 갖는 정치적 분리‧독립성, 국정의 안정적 유지라는 중대한 의의 때문에, 현행 헌법은 대통령 탄핵제도를 ‘정치형 탄핵제도’가 아닌 세계에서 그리고 한국헌정사상 ‘가장 강한 사법형 탄핵제도’로 규정하고 있다. 김하열, 탄핵심판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2005, 89면.


 즉, 탄핵소추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규정함으로써 순수한 법적 책임에 한정하고 있고, 탄핵심판권을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은 다른 심판절차와는 달리 탄핵심판절차에서는 가장 엄격한 절차규정인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제40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헌법재판소도 2004년의 탄핵사건(2004헌나1)에서 탄핵심판의 본질을 ‘대통령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그 성격을 ‘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규범적 심판절차’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파면결정의 판단기준으로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비로소 파면결정이 정당화된다.”고 판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법률위반과 헌법위반(공직선거법의 중립의무 위반 및 법치국가이념 위반과 헌법 제72조 위반 등의 헌법수호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헌법질서 수호 및 국민신임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내렸다. 
요컨대, 우리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의회에 의한 단순한 정치적 견제장치가 아니라 매우 예외적인 헌법수호제도이다. ‘헌법수호’란 단순한 ‘헌법준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헌법수호란 헌법제정자(주권자)가 처음에 내린 헌법의 특정 가치와 기본결정에 대한 보호를 그 내용으로 한다. 헌법수호는 모든 헌법규범이 아니라 단지 ‘중요하고 핵심적인 헌법원칙’만을 수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수웅, 헌법학 제6판, 법문사, 2016, 61면.
 이러한 핵심적 헌법원칙은 헌법개정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며, 우리 헌법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집약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의 탄핵결정에서 헌법수호란 중요하고 핵심적인 헌법의 가치질서를 지키는 것, 우리 헌법의 경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를 구체적으로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2004헌나1 결정 참조).
이상과 같은 대통령 탄핵제도가 우리 헌법질서에서 갖는 의의로부터 탄핵소추 및 탄핵심판의 ‘실체적인 헌법적 한계’가 나온다. 이것이 바로 국회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형식적인 요건만을 갖추었다고 해서 탄핵소추권의 행사가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이다. 먼저 이 사건 국회의 탄핵소추의 추진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위헌적 결함을 지니고 있는지를 간략히 살펴본다.

 나. 객관적인 조사와 증거에 의하지 않은 탄핵소추의결은 위헌이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탄핵소추의 의결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로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명시한 것은 적어도 국회 차원에서 ‘위반행위가 인정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의 위반행위 인정절차가 생략되었다면, 소추의결의 전제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서 헌법 제65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같은 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의결정족수는 가결의 요건이다. 가결요건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이러한 헌법해석론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직선대통령제의 권력분립질서에서 대통령탄핵제도가 주권자의 의사를 변경시키는 예외 중의 예외적인 제도라는 실정헌법의 규범체계로부터 당연히 도출된다. 직선대통령과 의회 간의 정치적 분리‧독립성, 5년 단임 대통령직의 안정적 유지를 명령한 헌법제정권력자의 의지, 탄핵제도가 정치적 견제장치가 아닌 예외적인 헌법수호제도인 점, 특히 우리의 경우 탄핵소추의결로 곧 바로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효과가 생기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헌법 제65조 제1항은 국회의 탄핵소추절차에서 ‘위반행위 인정절차’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점에서 국회법 제130조가 탄핵소추의 발의가 있는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것인지를 본회의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은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의 탄핵결정에서 이러한 헌법해석론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국회의 자율성’이라는 피상적인 논리와 국회법의 규정을 들어 당시 탄핵소추절차상의 결함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국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국회법이 헌법에 합치되는지를 규명하지 않고 국회법 규정을 중심으로 헌법의 요구를 재단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헌법논증이다. 당시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탄핵소추절차의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이 부분 판시를 비판하였다. 예컨대, 김종철, “노무현대통령탄핵심판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주요 논지에 대한 비판적 검토”, 세계헌법연구 9호, 2004, 12-13면; 송기춘, 우리 헌법상 대통령 탄핵제도에 관한 소고, 공법연구 제32집 제5호, 한국공법학회, 2004, 432-434면; 김하열, 탄핵심판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2005, 165-169면 등 참조.
 
이처럼 헌법 제65조 제1항이 소추의결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국회 차원에서의 ‘위반행위 인정절차’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경우 국회는 대통령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소추사실에 대한 조사와 확인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고, 국민을 설득시키는 정치적 토론과정 마저 거치지 않았다. 의회주의란 공개적인 공론의 장에서 합리적인 토론을 거친 다수결에 의한 결정을 그 요체로 한다. 이런 공론화 과정은 국회의 그 어떤 의안보다도 헌법적 비상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대통령탄핵소추의 경우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2016. 12. 3. 탄핵소추안이 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발의되고 6일 만에 본회의에서 찬반토론 없이 신속하게 의결되었다. 탄핵소추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토의되거나 작성되지도 않았으며, 소추위원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은 탄핵소추안의 문구 하나도 검토하지 않았다. 탄핵소추의결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라고는 단지 최순실 등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과 신문기사가 전부이고 피소추인인 대통령에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아니하였다. ‘대통령의 권한 정지’라는 헌법적 비상사태를 초래하는 그 엄청난 법적 효과에 비추어 볼 때,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부실한 절차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탄핵소추절차와 비교하면 실로 민망하고 부끄러운 절차이다. 미국은 하원 법제사법위원회(Judiciary Committee)를 중심으로 철저한 사전 조사가 이루어진다. 하원에서 탄핵절차의 개시를 촉발하는 주요 경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1980년의 법률에 근거하여 연방사법부가 탄핵소추절차의 개시를 요청하는 통로이다. 연방사법협의회(Judicial Conference)는 ‘탄핵의 사유가 충분함’(consideration of impeachment may be warranted)이라는 확인서(certification)를 하원에 제출할 수 있다. 이 절차는 주로 연방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개시의 경로로 사용된다. 또 다른 하나는 특별검사법에 의해 특별검사가 그 수집한 증거를 하원에 제출함으로써 탄핵절차의 개시를 촉발할 수 있다. 어느 경로이든 이미 충분한 조사를 거쳐 증거자료가 축적된 상태에서 하원의 탄핵절차 개시를 촉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원은 곧바로 탄핵소추 여부를 의결하지 않는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검토‧판단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 추가적인 조사를 거친 다음 비로소 본회의에 상정하여 표결에 들어간다. 한편, 프랑스의 대통령 탄핵절차에서는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발의된 하원이나 상원의 의원들로 구성되는 특별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사토록 한다. 김하열, 탄핵심판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2005, 168면.

 닉슨 대통령 탄핵소추의 경우, 1972. 6.에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고 상원(上院)의 특별조사위원회가 1973. 2. 7. 그 스캔들에 대한 사실조사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꼭 1년 후인 1974. 2. 6. 하원(下院)은 결의안을 통과시켜 그의 법사위원회(Judiciary Committee)에게 탄핵소추를 위한 충분한 사유(sufficient grounds)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권한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하원 법사위원회는 1974. 7. 27. 논의된 다섯 가지 소추사유 중 세 가지 소추사유(사법방해, 권력남용, 의회모독)만을 인정하여 하원에 보고하였다. 요컨대,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고 상원의 특별조사위원회에 의한 1년의 사실조사와 다시 하원의 법사위원회에 의한 6개월에 걸친 소추사유 확인 및 인정절차를 거쳤다. (닉슨 대통령은 하원의 소추의결이 있기 직전인 1974. 8. 9. 사임함)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탄핵소추가 발의되고 6일 만에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증거조사와 사실확인을 위해 조사청문회를 열고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수사에 착수하였다. 이는 국회의 탄핵소추가 ‘사실’이 아닌 ‘의혹’에 근거한 것이었음을 국회가 스스로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은 객관적인 조사와 증거에 의해서 뒷받침되지 않은 소추사실에 기초하고 있으며, 따라서 ‘소추사유가 없이 파면요구만을 하는 것’으로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는 헌법 제65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다. 국회가 소추사유별로 의결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절차적 위반이다



또한 탄핵소추사유 하나하나에 대해 개별적 의결을 하지 않은 것은 치유될 수 없는 매우 중대한 절차적 하자로서 탄핵소추의 효과를 무효화하기에 충분한 절차적 흠결이다. 같은 취지: 김종철, 앞의 논문, 13면.
 
탄핵소추안은 국회의 일반적인 안건과는 성격이 다른 형사소추에 준하는 성격의 안건이다. 따라서 구체적 위법사실에 대한 증거와 법적용의 타당성 여부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의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형사절차나 징계절차에서 다수의 범죄사실의 하나하나에 대하여 유무죄를 가려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다수의 소추사실에 대해 포괄적 소추인정을 하는 것은 탄핵소추절차의 본질에 비추어 헌법적으로 도저히 허용될 수 없다.
형사절차나 탄핵절차에서 양이 질을 결정하는 법칙은 성립될 수 없다. 탄핵소추사유 하나하나가 대통령을 소추하고 파면할 정도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하지 않고 모두를 묶어서 소추의결이나 파면결정을 내리는 것은 탄핵제도의 본질에 반하여 위헌이다.

4. 탄핵심판절차에서도 절차적 적법성은 확보되어야 한다 



 가. 소추위원이 새로이 추가한 사실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심판결정 자체가 위법이다



 탄핵심판은 먼저 ‘헌법이나 법률 위배’의 탄핵소추사유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고, 나아가 인정된 탄핵소추사유에 근거해서 인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탄핵소추사유란 ‘소추사실’과 ‘그에 대한 적용법조’를 말한다.
이 사건의 심판과정에서 소추위원 측은 처음에는 뇌물죄, 권리남용, 강요죄 등 형사법률의 위배를 소추사유로 포함시켜 주장하다가 변론과정에서 주로 헌법위배를 주장하는 것으로 방향전환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국회의 소추의결서의 소추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을 새로운 소추 사유에 다수 포함시켰다.
 소추의결서의 소추사유에 포함되지 아니한 새로운 소추사유는 국회의 새 추가결의가 없는 한 소추위원이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 소추위원에게 탄핵소추권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2004헌나1 결정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하였다. 즉,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기관인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에 의하여 구속을 받는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소추사유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새로운 사실을 탄핵심판절차에서 소추위원이 임의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렇다면 소추위원 측이 변론과정에서 국회의 소추의결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실들을 임의로 소추사유에 끼워 넣은 것은 부적법한 것이므로 이 부분은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나. ‘헌법의 모든 관점을 고려하여 위헌여부를 판단한다’는 법리는 탄핵심판에서는 옳지 않다



다음으로, 국회의 소추의결서는 물론이고 변론과정에서 소추위원 측은 소추사유의 대통령의 행위들이 왜 ‘헌법위배’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있지 않다. 위배된다고 하는 개별 헌법조항들을 열거하고는 있지만, 헌법위배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는 소추사유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히 파면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재판부는 소추위원 측에 석명을 요구하여야 한다. 피청구인의 변론권 보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헌법위배의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부가 ‘헌법의 모든 관점을 고려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는 법리는 법률에 대한 일반적인 위헌심판절차에서는 타당하나, 탄핵심판절차에서는 그러하지 않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통령탄핵제도는 직선대통령제의 권력분립질서에서 주권자의 의사를 변경시키는 예외 중의 예외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도 ‘헌법의 모든 관점을 고려하여’ 국회의 소추의결에서도 고려하지 않은 위헌논거를 임의로 고려하여 탄핵판단을 한다면, 이는 명백히 국회의 소추의결을 뛰어넘는 것이며 탄핵제도가 갖는 헌법내재적 한계를 넘어서서 탄핵심판권을 남용하는 것이 된다. 



 다. 피청구인의 반대신문권 보장 없이 검찰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은 위법‧위헌이다



변론과정에서 재판부는 피청구인 측이 동의하지 않은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라 하더라도 “진술 과정이 영상 녹화되고 변호인이 입회하여 조사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검찰 조서는 증거로 채택하겠다.”는 놀라운 새로운 증거법칙을 제시하였다. 이는 곧 한 쪽 당사자의 이야기만 듣고 사실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피청구인의 반대신문권을 완전히 배제한 위법‧위헌의 증거법칙이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전문에서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하면서도, 후문에서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문과는 달리 후문은 단정적으로 탄핵심판에서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헌법재판에서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적용할 수 있지만, 탄핵심판에서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해야 하는 것이다. ‘준용’(準用)이란 ‘표준으로 삼아서 적용한다’는 의미이다(국어사전). ‘필요한 경우 조금의 수정을 가하여 적용시키는 것’을 말한다(법률용어사전). 따라서 탄핵심판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할 때, 약간의 수정적용은 가능하겠지만, 형사재판의 기본적인 증거법칙을 완전히 틀어서 변형하는 것은 ‘준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심판규칙」 제62조도 탄핵심판에서 “소추위원 또는 피청구인은 증거로 제출된 서류를 증거로 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 또한 피청구인이 동의하지 않은 서류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결정에서 헌법 제27조 제1항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반대신문권’이 포함된다고 강조하여 왔다. 또한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는 모든 절차에서 적용된다고 판시하여 왔다.



일개 형사범죄의 사실확인을 하는 형사소송절차에서도 당연히 인정되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주권자의 의사를 변경하여 대통령의 지위를 박탈하는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에게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실로 납득할 수 없는 법리이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께서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절차적 공정성이 결론의 정당성도 보장하는 것”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5. 국회의 탄핵소추사유는 모두 이유 없다



소추위원 측은 크게 4가지 탄핵소추사유를 주장하고 있다. (ⅰ) 비선조직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배 (ⅱ) 대통령의 권한남용 (ⅲ) 언론의 자유 침해 (ⅳ)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수행의무 위반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론과정에서 어느 정도 드러난 사실로는 위 소추사유들이 이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몇 가지 주요 소추사유를 중심으로 그 이유를 밝힌다.
(1) 국민주권주의란 주권(국가의 최고결정권력)이 국민에게 귀속된다는 원리이다. 국가권력의 근원과 주체는 신이나 군주가 아니라 국민이며 국민만이 국가의 정치적 지배(국가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행위가 ‘국민주권주의 위배’라고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통령이 ‘신이나 군주’를 자처하면서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의 근원이 ‘국민’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발언이나 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추의결서는 이러한 사실을 직접적으로 주장하고 있지 않다. 다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민간인 최서원에게 상당 부분 사실상 재위임함으로써 권력의 근원인 국민을 무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권력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재위임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국민을 무시한 사실도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은 자신이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여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사과를 함으로써 국민을 존중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2) 청구인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가의사를 결정하도록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민간인 최서원으로 하여금 국가의사를 결정하도록 재위임하였기 때문에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위배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의미에서 대의민주주의 위배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통령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어떤 은폐된 비선조직(秘線組織)에 휘둘려 그 비선의 의사에 좌지우지되었다는 사실, 그리하여 그 비선이 대통령의 의사를 지배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들어 참고한 것일 뿐, 그 지인이 피청구인의 의사를 지배할 정도의 비선조직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지인의 의사에 좌지우지된 사실도 없다. 
(3) 소추사유서에 의하면,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애초에 최서원 등을 비호하기 위한 공무원 임면을 통하여 최서원 등이 각종 이권과 특혜를 받도록 방조하거나 조장함으로써 법집행에 있어서 불평등한 대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평등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최서원 등에게 이권과 특혜를 주기 위한 ‘차별취급의 의도’가 입증되지 않았고, 최서원 등을 비호하기 위해 공무원을 임면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이 특정 집단을 우대하는 차별취급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4)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최순실 등의 사익추구에 협력할 의사로 그에 방해가 될 문체부의 고위 공직자들을 자의적으로 전보 또는 해임하여 헌법 제7조 제2항(직업공무원제)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소추사유로서 헌법 제7조 제2항 위배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통령이 직업공무원제도의 헌법적 보장내용인 ‘정치적 중립성’을 의도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를 취했거나 또는 ‘신분보장’을 제도적으로 부정하거나 박탈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함으로써 직업공무원제도의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이상, 피청구인의 개별적인 인사조치가 헌법 제7조 제2항 위배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5)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재단법인 미르 및 케이스포츠 설립‧모금 관련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 제119조 제1항(시장경제질서), 제15조(기업활동의 자유) 등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업활동의 자유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1993년의 ‘국제그룹 해체 사건’(89헌마31)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공권력(대통령과 재무부장관)이 특정 기업집단을 전면해체시킬 목적의사를 가지고, 적법하게 확정해 놓은 공식적인 정상화계획들을 의도적으로 폐기시킨 다음, 국가권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인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기업의 재산을 사실상 강제로 박탈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가사 기업들에게 기금출연을 요청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의도는 4대 국정기조의 하나인 ‘문화융성’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행위 또한 기업인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기업의 재산을 사실상 강제로 박탈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도 정부와 합동으로 문화융성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한류 확산을 통해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영화·드라마· K-pop, 음식 등 관련 산업의 동반 해외진출을 도모하며, 차세대 성장산업으로서 문화콘텐츠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방법으로 대통령과 별개로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위 재단들을 지원한 것이다. 기업들이 자유의사를 억압받았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기업활동의 자유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
(6)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하여 보고받을 의무를 해태하였고, 현장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으며, 세월호 사고에 대한 잘못된 대응을 방치하였고, 국가의 총역량을 세월호 승선자의 구조 활동에 결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법 제10조의 생명권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위 주장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 또한 대통령이 선박사고의 하나하나에 대해 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세월호 사건은 국민 모두에게  큰 슬픔을 안겨준 사건이다. 위 사고는 선박회사의 안전불감증, 승객의 안전과 구조책임이 있는 선장이 자기 목숨만을 구하고자 퇴선 명령 등 승객의 안전과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고 가장 먼저 선박에서 도망감으로써 일어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참사였다.
그럼에도 국회가 이 사건에 대하여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를 한 것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경위가 어처구니 없는 것 이상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3000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미국의 9·11테러는 정부의 정보 실패와 항공기 납치를 가능케 한 공항보안시스템의 부실 탓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국가의 법적 책임을 거론한 정치인이나 언론은 없었다. 정부는 전지전능할 수 없고 정보와 공항보안도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당연시하고, 정부가 통상적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불가항력의 존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2017. 2. 9. 자 천영우 칼럼 참조)

대통령도 인간일 뿐,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민간 선박의 안전사고를 대통령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국가 책임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문명세계 기준에 벗어난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사고에 대하여 대통령에게 법적책임을 물어 탄핵을 할 수 있다면 하늘이 준 행운을 타고 났거나 패거리 정치에 능한 사람이 아닌 한 어느 대통령이 5년의 임기를 마칠 수 있겠는가?
이치가 이러함에도 굳이 국회가 세월호 사건을 탄핵의 사유로 삼고, 굳이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을 밝히겠다는 사람들의 저의가 어디에 있는가! 이 탄핵사건이 탄핵 본래의 목적인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고자 하기 보다 오로지 정략적으로 대통령을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것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6.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의 탄핵기각결정(2004헌나1)에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하면서, 파면결정에 있어서는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대통령이 부여받은 ‘직접적 민주적 정당성’ 및 ‘직무수행의 계속성에 관한 공익’의 관점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중대한 법위반’이라는 파면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① (좁은 의미의) 헌법수호의 기준과 ② 대의민주주의 기준의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좁은 의미의) 헌법수호의 기준과 관련하여, 탄핵심판절차가 공직자의 권력남용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파면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비로소 파면결정이 정당화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이 기준의 파면요건(‘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란 구체적으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이라고 설시하였다.
둘째, 대의민주주의 기준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하여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의기관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대통령이 법위반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하였다.
본 사건에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가사 헌법위배의 소추사유가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헌법재판소가 밝힌 파면될 정도의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통령이 개인적인 사익을 추구하거나 오랜 지인인 최서원의 사익을 채워주기 위한 목적에서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일련의 행위들을 하였다는 입증이 없는 이상 ‘중대한 법위반’을 인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7. 결론



헌법재판소는 과거 군사 독재시절 권력에 의하여 헌법이 유린된 헌정사를 다시는 되풀이 해서는 아니된다는 국민의 뜻에 따라 현행 헌법에 의하여 새로이 도입된 이 나라 입헌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헌법의 원칙과 룰(rule)을 상황논리에 따라 임의로 해석‧적용해서는 안 된다.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서 공정한 규범적 평가를 내리는 ‘재판(裁判)의 본질’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입헌민주주의는 마지막 희망을 잃게 될 것이다.
이 사건 탄핵심판절차는 앞머리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 동기 자체에 어두운 그림자가 보인다. 진실과 허위가 분명하게 가려져 ‘순간의 격정과 분노에 휩쓸린 여론재판’이 아닌 ‘법의 이성이 되살아난 헌법재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최소한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그리고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재판이 되기를 소망한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을 다룬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로버트 잭슨 수석검사(이후 미연방대법원 대법관)가 모두진술에서 한 언명을 소개로 의견을 끝맺고자 한다.
“뉘른베르크 재판소가 사건을 심판하지만 결국에는 그 판결에 의해 재판소가 심판을 받는다. 우리가 피고인들을 재판하는 기록이 나중에 역사가 우리를 평가하는 기록이 될 것이다 문화일보 2017. 2. 10.자 권오곤(한국법학원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 참조”
                                  
                                    2017.  2.  .



                                                                           변호사   김 문 희   
※ 이 의견서는 피소추인 대통령측 변호인 법무법인 신촌 변호사 송재원의 의뢰로 교수 이인호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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