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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실
작성일 2013-07-17 (수) 17:55
조회: 2373  
사실혼관계
문헌: 가족법연구 권호: 23권 1호 (2009. 03.) 출처: 한국가족법학회 소속: 한림대학교 부교수
[133]
〈차례〉

_

I. 서론

II. 사실혼 보호법리의 형성

III. 사실혼의 발생 유형

IV. 사실혼 보호법리의 재검토

V. 결론




I. 서론

_ 법률혼주의를 채용한 민법하에서 사실혼의 문제는 처음에는 법외의 문제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법률혼제도의 필연적 부산물인 사실혼을 법외에 방치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어느 나라나 사실혼에 대하여 일정한 법적 보호를 부여하고 있다. 주1) 우리나라의 통설적 견해는 사실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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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부부로서 혼인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단지 흔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혼으로 인정되지 않는 부부관계’로 이해한다. 주2) 그에 따르면 사실혼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고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여야 하므로, 주3) 사실혼은 그 성립에 있어서 오직 혼인신고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법률혼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주4) 그리고 일단 사실혼이 성립하면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서는 법률혼에 준하는 포괄적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 단, 혼인신고가 성립요건으로부터 이미 배제되어 있으므로 혼인의 효과 가운데 신고를 전제로 한 것은 사실 혼의 효과로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설과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혼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동거 · 부양 · 협조의무 및 정조의무가 발생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사실혼 관계를 해소 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그리고 재산적 효과로서 사실혼 배우자 상호간에 일상가사에 관한 대리권과 일상가사로 인한 채무에 관하여 연대채무가 발생하며, 사실혼을 해소하는 경우에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혼은 법률혼에서와 같이 제3자와의 관계에서도 보호를 받으므로 사실혼 관계에 부당하게 간섭하여 이를 파탄시킨 자에게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고, 사실혼의 배우자 가 타인의 불법행위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경우, 다른 사실혼 배우자는 그 불법행위자에 대하여 그로 인한 재산적,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 할 수 있다.
주1)
사실혼을 법외에 방치하는 것은 혼인의 본질과 신분행위의 사실선행의 원칙에 배치 된다고 한다. 김주수, 『주석친족법(II), 한국사법행정학회, 1998[이하 주석친족법(II)로 인용함], 416면.

주2)
주3)
주4)
정광현, 『친족상속법요론』, 법문사, 1961, 150면 ; 김 · 김(주 2), 245면, 따라서 사실혼은 장래 혼인하자는 의사의 합치만 있을 뿐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없는 약혼과 분명히 구별된다.

_ 이처럼 사실혼의 성립에 있어서 혼인신고 이외에는 법률혼의 일반적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사실혼에 대해서는 신고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 한 법률혼에 준하는 포괄적 법률효과를 부적하는 견해를 준혼리논이라고 한다. 준혼이론은 현재 우리나라의 통설 · 판례가 취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오늘날 준혼이론에 따라 사실혼 보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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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온 결과, 이제 사실혼에서 인정되지 않는 법률혼의 효과로서는 사실혼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자는 혼인중인 자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점,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가족관계등록에 따른 친족관계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배우자 상속권을 갖거나 후견인은 될 수 없고 인척으로서의 부양의무가 없다는 점 정도를 거론 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모두 혼인신고를 전제로 해서만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준혼이론은 당초 기획했던 목표를 거의 달성하여서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정점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_ 하지만 사실혼 보호 문제가 여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사실혼배우자가 상속권이 없다는 것과 관련하여 일방 배우자의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 사실혼에서의 부부재산관계의 청산과 사후부양의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주5) 다른 한편으로 이전에는 사실혼 보호의 사정에서 벗어나 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그 보호가능성에 관하여 진지한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가령 법률혼과 경합하는 중혼적 사실혼의 문제 또는 애당초 혼인신고를 거부하고 의도적으로 사실혼을 선택하여 사실상 부부로서 생활 하는 남녀, 혹은 동성애 커플에 이르기까지 사실혼 보호이론의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중혼적 사실혼은 반량속성을 이유로 사실혼 보호에서 일률적으로 배제되어 왔으며, 장차 가족관계 형성의 다양화와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도적으로 선택된 사실혼은 아마도 법률혼을 위한 혼인의사의 결여 때문에 사실혼으로 보호되기 어려운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한 걸음 나아가 이른바 ‘동성혼’에 이르게 되면 준혼이론은 완전히 무력해진다. 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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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인한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공2006, 745) 이후 최근 이 문제에 관한 다양한 해석론적 또는 입법론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으로 김상용,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에 관한 시론,” 『중앙법학』, 제9집 제2호(2007. 8), 511면 이하 ; 사실혼 배우자 사망 후 부양청구권에 관한 입법제안으로서 윤진수, “사실혼배우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의 재산문제,” 『저스티스』, 통권 제100호, 5면 이하 ; 현재로서는 재산법의 공유재산분할이나 부당이득법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으로서 박종용, “사실혼 배우자의 보호,” 『가족법연구』, 제21권 3호, 139면 이하 ; 사실혼 배우자에게 이혼시의 재산분할을 인정하자는 주장으로 박인환, “사망에 의한 사실혼의 해소와 재산분할의 유추,” 『가족법연구』, 제21권 3호(2007. 12), 161면 이하 참조.

주6)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동성혼의 문제도 더 이상 논의를 미를 수 없는 가족법적 과제이다. 다만, 본고에서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고찰은 유보하는 것으로 한다.

_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하여 아마도 준혼이론의 추종자들은 법률혼제도와 양립할 수 없거나 법률혼의 지향을 갖지 않는 경우 또는 애당초 법률혼을 형성할 수 없는 성질의 커플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혼의 문제로 고려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혼인과 가족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고 보호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지만 -이러한 문제는 이미 본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혼적 사실혼 또는 의도적 사실혼 나아가 이른바 ‘동성혼’에 이르기까지 이들 혼인 유사의 생활공동체를 가족법의 보호 밖에 방치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의문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 가족법 연구자들에게는 점점 더 불편한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기존의 사실혼 개념을 재검토하고 사실혼 보호 이론을 재음미함으로써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혼인 유사의 가족생활 공동체에 대하여 그에 상응한 보호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우리 가족법의 발전에 무용한 작업은 아닐 것이다. 주7)
주7)
혼외 남녀관계의 다양화에 따른 사실혼 개념의 재검토와 사실혼 보호이론의 재음미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의 하나이다. 김주수, “사실혼의 개념과 사실혼 보호이론의 재검토” 『법학논총』, 제2권(숭실대법학연구소, 1986), 128면

_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기존 사실혼 보호이론의 형성과 변천과정을 특히, 우리나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일본의 사실혼 보호이론의 발생과정에 비추어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사실혼의 발생 유형을 분석하여, 이를 고려해 가며 그 성립과 효과면에서 사실혼 보호법리를 재검토하고자 한다. 다만, 사실혼 보호의 현실이나 이론적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특별법에 의한 사실혼의 보호에 관하여는 게재 지면상의 제약 때문에 본고에서는 다루지 아니하고, 다른 기회에 별개의 논문으로 다루는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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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사실혼 보호법리의 형성

1. 신고혼제도의 도입과 사실혼 보호의 필요성
(1) 우리나라에서 혼인신고제도의 도입과 사실혼
_ 우리나라에서 사실혼 보호가 문제되기 시작하는 것은 1923. 7. 1. 일제에 의하여 신고에 의한 법률혼주의가 도입되면서부터이다. 주8) 그 이전에는 혼인 신고제도 자체가 없었으므로 우리나라의 전통 관습에 따라 납중, 납폐, 혼인의식 등을 거행하면 혼인성립을 인정하고, 상민, 빈민 등에서 종종 그러 하였듯이 형편에 따라 이러한 의식을 거행하지 않는 경우라도 다른 증거에 의하여 혼인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었다. 따라서 1923. 7. 1. 이전에는 우리 전통관습에 따라 본래 사실혼주의였다고 할 수 있었으므로 별도로 사실혼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필요가 없었다. 주9)
주8)
1922. 12. 7 제령 제13호 조선민사령 중 개정의 건에 의하여 조선 사람들의 혼인에 관하여도 법률혼주의가 채택되었다.

주9)
_ 일제에 의해 혼인신고제도가 도입점으로써 사실상 혼인으로 법률상으로도 혼인 성립을 인정하였던 기존의 관습법은 폐지되었으나, 혼인신고의 법제화만으로 혼인 성립에 관한 전통적 관행이 일시에 바뀔 수는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종전처럼 실제 부부로서 혼인생활을 영위하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혼인에 관한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한 법리가 생성 발전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_ 이때 우리보다 앞서 근대민법의 제정과 함께 법률혼주의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이미 사실혼(=내연) 주10) 보호의 법리가 생성되기 시작하였으므로 우리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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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주11) 일본의 영향으로 일제하 조선고등법원에서도 신고혼주의를 채용한 후 10년 정도 경과한 1930년대부터 사실상 부부로서 생활하고 있는 남녀관계에 대하여 ‘혼인예약’, 즉 장래에 있어서 적법한 혼인을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정당한 이유 없이 사실혼관계를 해소한 자에 대하여 혼인예약 불이행, 즉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주12) 이후 일본에서의 내연보호에 관한 판례와 법리가 계속하여 우리나라의 사실혼 보호이론 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주13) 따라서 일본 민법에 있어서 사실혼 보호법리의 발생사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사실혼 보호법리를 이해하는 데에도 긴요하다.
주10)
우리의 사실혼 개념은 일본의 내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내연’이라는 개념이 갖는 비윤리적 뉘앙스 때문에 중립적인 표현으로서 사실혼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본고에서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일본의 논의를 소개하는 데에 있어서는 이를 굳이 사실혼으로 번역하지 아니하고 내연이라는 일본식 용어법을 유지하기로 한다. 다만, 일본의 내연은 보다 다의적이어서 반드시 사실혼과 통일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주석친족법(II), 415면].

주11)
일본에서는 처음에는 우리의 사실혼에 해당하는 내연을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였으나 한국에 혼인신고제도가 도입되기 얼마 전 15년(대정 4년) 1월 26일 대심원 연합부 판결로써 사실혼을 혼인예약의 일종으로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주12)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로서 조선고등법원 1932. 2. 9. 판결(조선고등법원판결록 제19권, 11면), 조선고등법원 1933. 2. 17 판결(조선고등법원판결록 제20권 81면), 조선고등법원 1935. 2. 26. 판결 (조선고등법원판결록 제22권, 21면) 등이 보고되어 있다. 이 중 전 2자는 일본인에 관한 사건이므로 마지막 것만 한국인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청목 청 ,“한국の사매혼,” 사경혼の비교법적연구(유비각, 1936), 85면의 주 8 참조. 그 밖에 사실혼에 관한 조선고등법원 판결로는 정광현, 『친족상속법(상), 화성문화사, 1957, 271면 참조.

주13)
김주수(주 7), 128면 ; 청본 청(주 12), 80면 참조.


(2) 일본에서의 신고혼제도 도입과 내연
_ 프랑스민법의 영향을 받은 일본 구민법은 의식혼주의를 취하였으나, 주14) 일본메이지민법을 제정할 당시 혼인의 효력 발생 시기를 보다 분명히 한다는 취지에서 주15) 이를 신고혼주의로 변경하고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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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무효로 하였다. 주16) 신고혼주의를 도입함에 있어서 일본메이지민법의 기초자들은 사실혼, 이른바 내연의 발생가능성을 예상하였으나, 신고를 법 률혼의 요건으로 함에 따라 점차 신고혼주의가 확립되어 갈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상 부부생활을 영위하는 남녀관계에 관해서는 이것이 풍속에도 관계되는 것으로 혼인과 비혼인을 분명히 구별하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사통으로서 무효라고 파악하였다. 주17) 그러나 같은 혼외 관계라고 하더라도 ‘하등사회에서 많은 것처럼 진정으로 혼인할 의사도 없이 맺고 끊지 못하고 어물어물 부부로서 사는 관계’와 ‘일본에서 관습적으로 많이 행해지고 있던, 의식을 올리고 살아 본 후에 신고를 하는 관계’를 구별하여 후자에 대해서는 일방에게 사기적 요소가 있는 경우 손해배상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주18)
주14)
일본 구민법 인사편 제43조 ① 혼인의 의식은 당사자 일방의 주소 또는 거소에서 이를 행하여야 한다 ② 쌍방은 혼인의 의식을 행하기에 앞서 그 지역의 신분취발리 에게 혼인을 하려 한다는 신고를 하여야 한다. 단, 대리인으로 하여금 이를 하게 할 수 있다.

주15)
“…혼인의 효력이 생기는 시기를 의식을 거행한 때로 정한 것은 사실에 무게를 두고자 했던 것이기는 하지만 도리어 성립의 시기를 애매하게 하여 실제 혼잡을 야기 할 것이므로 본안은 이를 고쳐서 호적리에 신고한 때에 혼인의 효력이 생기는 시기 로 하였다. 신고는 공연한 사실로서 혼인의 성림시기도 역시 공연하게 되어 이에 관한 다툼이 생기지 않게 할 것이다. 이것이 본안과 같이 고친 까닭이다”[민법수정안리유서(박문관판) 제53면 (태전무남, “일본の내석,” 사실혼の비교법적연구, 유비각,1986), 6면에서 재인용].

주16)
일본메이지민법[1989년(명치31년) 법률 제9호] 제777조 혼인은 호적리에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현행 일본민법 제739조 1항 참조), 제778조 ② 당사자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때에는 혼인을 무효로 한다(현행 일본민법 제742조 제2호 참조).

주17)
법전조사회민법의사속기록 제6권(상사법무연구회, 1984), 183면[이궁주평, “일본민법の 발개(3) 판례の법형성-내선,” 일본민법전の백년, 유비각 1998, 342면에서 재인용, 이하 같다].

주18)
즉, 일본메이지민법의 기초위원인 매겸차낭는 “거식만 하고 신고를 하지 않는 동안 및 일방이 싫다고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느냐”라는 토력녕 위원의 질문에 대하여 “…일본의 관습상 많은 일단 살아 본 다음에 나중에 신고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은 불합리한 것으로 … 법률상으로는 어디까지나 신고를 필요조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점점 그 의식을 거행한 날에 신고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의식을 올리고 난 후에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다만, “일방의 사기가 있다면 잘못 있는 자로부터 상당한 배상을 하여야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법전조사회민법의사속기록 제6권(주 17), 185-6면]

_ 입법 당시 일본민법의 기초자들은 점차 신고혼주의가 확립되어 갈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민법 시행 후 25년이 경과한 1920년대에 이르러서도 일본에는 상당한 수의 내연관계가 존재하였다. 주19) 그 이유에 관하여 일본민법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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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에 따르면, 첫째, 일본메이지민법이 이른바 법전논쟁의 결과 가제도 유지론자의 승리하에 입안됨으로써 혼인법의 분야에 있어서도 남 만30세, 여 만25세 미만은 자의 혼인에 대한 부모의 동의권 규정, 주20) 가족의 혼인에 대한 호주의 동의권 및 이에 위반한 가족에 대한 리적권 규정, 주21) 법정추정가독상속인의 타가입적, -가창립을 금지하는 거가금지 규정 주22) 등으로 인하여 혼인신고를 위한 실질적 요건을 구비한 경우라도 부모 또는 호주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거나 혼인의 양당사자가 각각 법정추정가독상속인인 경우 타가에 입적하여 혼인 신고를 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둘째, 가제도 유지의 원칙하에 ‘가를 위한’ 또는 ‘친을 위한’ 혼인관이 지배적이었으므로 며느리가 가풍에 맞을지 여부 또는 대를 잇기 위한 임신 출산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믿음이 생길 때까지 동의를 하지 않는 것이 당시의 사회 실정이었다고 한다. 넷째, 특히 공장, 광산노동자층을 중심으로 내연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었는데, 그 이유에 대하여 법률지식이나 관심 부족이 열거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당시의 신고제도가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일하는 노동자계층에는 이용하기 어려운 제도였다는 점이 거론된다. 주23)
주19)
당시 인구통계에 따른 추계에 의하면 당시 내연율이 남성 17%, 여성 16%에 달하였다고 한다. 이궁주평(주 17), 343면의 인용 참조. 그 밖에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실증적 조사를 곁들인 연구로서 중도옥길, “내석の부부に취て,” 『결학논총』, 제10권 3호 (경도법학회), 1면 이하 참조.

주20)
일본메이지민법 제772조 1항 참조.

주21)
일본메이지민법 제750조 1항, 2항 참조.

주22)
일본메이지민법 제744조 1항 참조.

주23)
즉, 일요일 아닌 평일 근무를 쉬면서 신고관청에 가지 않으면 안 되었고 -특히 신고지가 원격지인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신고용지가 기입식이 아닌 탓에 대서를 의뢰하면 비용까지 들게 되었으므로 나날의 일상에 쫓기는 노동자층으로서는 신고를 한다고 하여 자신들의 혼인생활에는 당장에 차이가 없는 까닭에 신고를 방치하여 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중천선지조, 『중앙공론』, 제50권 4호, 73면). 기타 이상의 분석에 관해서는 태전무남, “일본の내석,” 사실혼の비교법적연구, 유비각, 1986면 이하 ; 이궁주평, “서장 내석보호 법리の형성と금일の과제,”사실혼の현대적과제(일본평론사, 1990), 3면 이하.

_ 일본에서는 이러한 내연문제의 해결방식으로 혼인의 성립방식을 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최종적 실현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주24) 결국 한편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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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책 입법에 의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판례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내연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다.
주24)
1919년 7월 일본민법 중 일본의 관습에 맞지 않는 부분의 개정에 관한 자문을 위하여 설립된 임시법제심의회가 10년의 심의를 거쳐 1927년 12월에 내놓은 민법 개정 요강은 혼인 성립방식에 있어서 신고주의와 나란히 관습상 의식에 의한 혼인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입안된 민법친족편개정안(1936년 2월 정리 및 이를 다시 정리한 인사법안(1941년 8월 정리)에는 ① 의식에 대한 혼인의 성립, ② 그 취지의 신고를 태만히 하는 경우의 조치(가사심판소에 의한 확인), ③ 신고만에 의한 혼인 성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최종 입법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태전무남(주 23), 11면, 주 11 및 이궁주평(주 17), 346면 이하 참조. 이는 혼인성립에 있어서 법률혼과 사실혼의 이원주의를 취하는 견해로서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이희봉 교수가 법률혼과 사실혼의 이원론을 주장한바 있었으나, 이에 대하여 성립 증명을 둘러싼 기술적 문제와 사실혼과 법률혼의 경합 처리 등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김주수, 『신혼인법연구』, 한국연구도서관, 1958, 22면 참조.



2. 일본에 있어서 사실혼 보호법리의 형성
(1) 혼인예약이론의 발생
_ 일본민법의 시행에 따라 신고혼제도가 도입된 초기에 내연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혼인의 의식을 치른 후 사실상 부부로서 공동생활에 들어갔으나, 혼인 신고를 하기 전에 내연관계의 남성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해소한 경우에 타방 여성이 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형태로 제기되었다. 초기의 일본 대심원은 혼인예약의 구속력을 부인하는 한편, 사실상 부부관계로 인한 여성의 피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의 성립도 부인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주25) 이러한 대심원의 태도는 일본메이지민법 제정과정에서 기초위원들이 혼인예약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기로 한 결정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주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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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25)
“혼인의 예약은 당사자를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이를 이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자유로서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예약의 효과로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논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혼인예약하에 관습에 따라 혼인의 의식을 올리고 사실상 부부처럼 생활한지 수년이 된 경우에는 … 여자로서의 품격이 훼손된다는 것은 소론과 같더라도 그 부부관계를 발생시킨 것은 쌍방의 임의에 의한 것이므로 애당초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대심원 1911년(명치44년) 3월 25일 판결(민사판결록 17집, 169면)].

주26)
즉, 당시 법전조사회에서는 쌍방을 위하여 좋지 않다고 본다면 파혼하는 것이 좋으며 혼인예약에 관한 규정을 두면 재판에 이르기 쉽고 이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으므로 예약을 유효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논의가 있었다. 다만, 매겸차낭는 혼인을 하겠다고 속여서 그로 인하여 손해를 가함으로써 불법행위가 있거나 적어도 명예권을 해하고 있는 경우에는 배상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고 있다[법전조사회민법의사 속기록 제6권(주 17), 24면 참조].

_ 그러나 이러한 대심원의 태도는 학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일본의 혼인관행을 무시한 태도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었다. 주27)
주27)
대표적인 것으로 삼작태낭, “혼인の예약,” 『법률신문』, 552호 2면 이하(1909) 및 “혼인の예약は하고に전연무효なりや,”『법률신문』, 709호(1911), 5면이 인용되고 있다.[이궁주평(주 23), 8면 참조].

_ 그 후 일본 대심원은 거식 후 수일의 동거 끝에 이별 당한 여성이 손해 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종래의 태도를 변경하여 “혼인의 예약은 장래에 있어서 적법한 혼인을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서, 그 계약 역시 적법하여 유효하다. 법률상 이에 의하여 당사자로 하여금 그 약정 취지에 따라 혼인을 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더라도 당사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약정에 위반하여 혼인할 것을 거절한 경우에는 그 일방은 상대방이 그 약속을 믿음으로 인하여 입은 유형무형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주28)
주28)
대심원 1915년(대정4년) 1월 16일 연합부관결(민사판결록 제21집, 49면). 그러나 동 판결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별하여 혼인을 거절하는 경우의 손해배상은 혼인 예약 불이행으로서 ‘위약을 원인으로 하여’ 청구할 것을 요하고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본소 청구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주장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그때까지의 판결에 의하면 혼인예약은 무효이고 관계 성립시의 사기에 의한 명예침해에 대해서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인정하였으므로 원고로서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를 포함한 상세는 이궁주평, 『사실혼の판례종합해설』, 신산사 2006, 7면 이하 참조(이하 사실혼の판례종합해설로 인용함).

_ 민법이 정한 법률혼 이외의 남녀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지만 정당한 혼인 예약 위반이라는 형식을 취한다면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위 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혼인 예약은 민법이 규정하지 않은 것이므로 법의 흠결을 보충하는 것은 입법을 침해하지 않는 법원의 권한 내에서 허용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추측할 수 있다. 주29)
[143]
주29)
?중준웅. 『민법해?방법に?する십』, 유비각, 1997, 31면 참조. 이러한 관점과는 이질적으로 사실혼주의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견해도 있었다. 즉, “혼인은 종생부부가 될 것으로 약속하는 친족법상의 계약이므로 의사의 합치를 요하고 그 의사의 합치가 표시된 때에 혼인이 성립”하고, 신고는 의사의 합치에 의해 성립한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는 요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의사의 합치는 통상 혼인의 의식을 올림으로써 표시되므로 통상 혼인은 이때 성립한다고 하면서 혼인성립 후 효력 발생 이전에는 물권변동 후 등기 전의 상태처럼 또는 조건성취 전 조건부 법률행위의 효력과 같이 이른바 성립 전 효력으로써 위 혼인의 당사자는 신고의무를 부담하므로 이 의무를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아 그 때문에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한 때에는 이를 배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강송삼태낭, “혼인?출의무?불리행,” 『법률신문』, 제1016호(1915. 6. 5.), 3면 이하[중천선지조, 혼인の의무 (5) 법학협회잡지 44권 6호(1926), 1109면 이하에서 재인용].

_ 이 판결은 거식 후 살아 본 다음 며느리로서 맞지 않으면 파혼을 해버리는 당시 일본 사회에서 널리 행해지던 이른바 시혼적 혼인 관행을 규제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상의 부부생활을 법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의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주30) 이 판결 이후 사실상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이 존재하는 내연관계의 부당파기에 대하여 혼인예약유효법리에 좇아 이를 구제하는 판결이 이어졌다. 주31) 나아가 혼인예약의 성립요건으로 관습상의 거식은 필요하지 않고 장래 혼인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두면 족하며, 혼인의 연령이나 부모의 동의 등 혼인의 실질적 성립요건을 구비할 필요도 없다고 하기에 이르렀다. 주32) 그 후 대심원은 거식이나 동거를 결한 계속적 성관계에 대해서도 “남녀가 성심성의를 가지고 장래에 부부가 될 것을 예기하여 계약을 하여, 전혀 그 계약이 없는 자유로운 남녀와 일종의 신분상의 차이를 발생시키기에 이른 때에는 역시 혼인예약이 있다”고 하여 거식과 동거가 없는 경우에도 혼인예약의 성립을 인정하여 주33) 그 구제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게 되었다. 주34)
[144]
주30)
창효일이좌등량웅 “적 혼인석약유교판결の재검토(2)” 『법률시보』, 31권 11호(1959), 43면 참조.

주31)
대심원 1919년(대정8년) 3월 21일 판결(민사판결록 25집, 492면), 대심원 1919년(대정8년) 4월 23일 판결(민사판결록 25집, 693면), 대심원 1919년(대정8년) 6월 11일 판결(민사판결록 25집, 1010면) 등 참조.

주32)
“…그 의식은 예약의 성립요소가 아님은 물론 효력발생의 조건도 아니고 단지 예약의 체결을 표창하는 사교적 전례에 지나지 않으므로 아무런 의식을 올리지 않고 예약을 한 경우에도 그 예약은 적법 유효하다고 할 것이고 의식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혼인의 예약과 사통관계를 동일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전자는 장래에 혼인을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데 반하여 후자는 전혀 그 목적을 결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혼인의 예약과 그 목적인 혼인은 법률상 동일한 성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혼인에 적용될 법규는 당연히 혼인예약에 적용할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혼인 예약을 함에 있어서 민법 제772조 소정의 가에 있는 부모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대심원 1919년(대정8년) 6월 11일판결(민사판결록 25집, 1010면).

주33)
대심원 1931년(소화6년) 2월 20일 판결(법률신문 3240호)(사실혼の판례종합해설, 16면 수록).

주34)
나아가 재혼금지기간에 위반한 것도 재혼을 전제로 하는 혼인예약은 무효가 아니라고 하였다. 이궁주평(주 17), 358면 참조.

_ 그러나 혼인예약 유효법리에 의한 구제는 법률혼과 경합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즉, 본처가 있는 남성과 동거에 들어가 혼약이 성립한 후 남성이 혼인신고를 하기 전까지 여성에게 매월 부양료를 지급할 것을 약속한 사안에서, 일본 대심원은 배우자 있음을 알고 그 혼인이 해소될 경우 서로 혼인할 것을 예약한 것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하여 여성의 부양료 청구를 기각하였다. 주35) 나아가 본처 있는 것을 알면서 사실혼관계에 들어간 여성은 그 결과, 정조유린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더라도 이는 자신의 불법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로서 그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명예, 정조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도 중혼적 내연에 대해서는 이를 부인하였다. 주36)
주35)
대심원 1920년(대정9년) 5월 28일(민사판결록 26집, 773면) 이 판결에서는 여성이 본처 있음을 알았다는 것을 혼인예약 무효의 한 이유로 들고 있으나, 그 이후의 판결에서는 여성의 선의 악의를 묻지 않고 이를 무효로 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사실혼の판례종합해설, 35면.

주36)
대심원 1940년(소화15년) 7월 6일(민사판례집 19, 1142) 그러나 그 이후 중혼적 혼인예약에 대해서도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위자료청구가 공서 양속에 위반하지 않는다거나, 남성측의 불법성이 현저히 큰 경우에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오게 된다. 사실혼の판례종합해설, 36면 이하 참조.


(2) 준혼이론의 발전
_ 혼인예약이론은 내연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내연관계를 일방적으로 해소한 경우에 타방을 구제하는 법리로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그 밖에 내연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에 대하여는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사실상 부부로서의 내연의 실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여 이것을 ‘사실상의 부부’ 또는 ‘부부와 동시하여야 할 관계’라는 본질 이해로부터 당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주37)
주37)
태전무남(주 13), 14면 이하.

_ 그러한 관점에서 먼저 내연의 처와 성적 관계를 가진 남성에 대하여 내연 부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판결이 주목을 받았는데, 주38) 왜냐하면 이
[145]
판결은 법적 논리로서는 혼인청구권의 침해라고 하였으나, 그 실질은 내연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전제로 제3자에 의한 침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인정함으로써 이들의 관계가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39)
주38)
거식 후 1년여 부부로서 동거하다가 남자(원고)가 입대 중 여자가 다른 남자(피고)와 관계를 갖고 아이를 가지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 대 하여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혼인을 할 것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할 것이고 다만 강제 방법으로 그 권리를 실행할 수 없을 뿐 … 이 권리는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는 것이다. … 제3자는 이것을 침해해서는 안 될 소극적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므로 제3자가 혼인예약의 효력이 존속 중 고의 혹은 과실로 인하여 예약자 일방으로 하여금 타 일방과 혼인을 할 수 없게 만든 때에는 예약자 일방의 위와 같은 권리를 침해한 것이 되므로, 불법행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에 대하여 입은 유형 무형의 손해 즉 재산상 손해 또는 재산 이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 하였다.[대심원 1919년(대정8년) 5월 12일 판결(민사판결록 25집, 762면, 사실혼の판례종합해설, 56면 참조].

주39)
사실혼の판례종합해설, 9면 이하 참조.

_ 또한 일본 대심원은 내연을 합의 해소한 후 여성이 가사노동에 관하여 남성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한 것을 기각하면서, 당사자들이 “혼인의 예약을 하고 관습상 의식을 올려 동거하여 사실상 부부와 같은 생활을 한 것으로 위 부부 동거의 경우와 다를 바 없어 당사자 쌍방은 상호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가사에 종사한 것이므로 … 피상고인(남성)은 그에 의하여 부당히 이득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주40) 이 판결은 내연의 생활 실태를 혼인과 동시하여 상호 협력 및 부조의무를 인정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주41)
주40)
대심원 1921년(대정10년) 3월 17일 판결(민사판결록 27집, 934면).

주41)
태전무남, “현대の내연문제,” 유비각, 1996, 48면.

_ 나아가 채권자의 강제집행에 대하여 채무자의 집에 일용품을 공급한 자가 일용품공급의 선취특권을 주장한 것과 관련하여 “아직 혼인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의식을 올려 부부의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일방은 자기의 부담으로 타방을 부양할 처지에 있으므로 민법 제310조에 소위 채무자가 부양할 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여 내연부부 사이의 부양의무를 인정하였다. 주42) 그 밖에도 하급심 레벨에서는 내연 배우자가 제3자에 의하여 살해된 경우 내연의 처와 그 자로부터의 재산상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함에 있어서 당해 내연관계에 있는 자를 ‘처 또는 처자와 동시하여야 할 자’로서 취급하여 그 재산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146]
데에 적극적 태도를 취한다거나, 내연의 배우자에게도 동거의무를 인정하는 사례 등이 등장하였다. 주43)
주42)
대심원 1922년(대정11년) 6월 3일 판결(민사판례집 1권, 280면), 사실혼の판례종합해설, 10면 이하 참조.

주43)
태전무남(주 23), 14면 이하 참조.

_ 이러한 판례의 흐름에 따라 일본의 학자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으로 내연의 본질을 혼인에 준하는 관계로 보려는 견해가 등장하였다. 즉, 중천선지조는 고대 로마법상 혼인제도를 참고해가며, 다른 한편으로는 강송삼태낭의 학설을 받아 다음과 같이 준혼리논을 제창하였다. 즉, 혼인은 ,“…혼인관계를 초래하려는 남녀의 합의에 의하여 성립하지만 오늘날 법률이 정한 복잡한 효과를 완전히 받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신고가 필요하게 된다. 이것은 오늘날의 사회가 그 복잡한 효과를 정당히 보장하기 위하여, 따라서 아직 이러한 효과를 부여해서는 안 되는 것에 부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최소 요구이다. 다만 신고는 어디까지나 혼인관계의 성립을 확증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에 지나지 않고 혼인관계의 성립 자체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 결정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신고 없는 혼인도 그것이 혼인인 한에서는 신고와 같은 확증을 절대 필요로 하는 종류의 효과를 제외하면 법률적 혼인효과 전체 중에 일부분은 내연의 효과로서 의식 및 신고 유무에 관계없이 혼인으로서의 결합에 대해서는 항상 부여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주44)
주44)
중천선지조(주 29), 1117면. 다만, 이러한 이해는 중천스스로 자인하듯이 일본 민법 제777조에 관한 입법자의 생각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입법자의 생각은 신고에 의하여 혼인이 성립한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매겸차낭, 민법요의 제4권(유비각서방, 1910) 107면 참조.

_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하여 일본에 있어서는 (혼인) 의식의 효과에 대하여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 민법 시행 후에 있어서도 여전히 혼인의식을 혼인성립에 있어서 충분한 방법이라고 일반이 생각하는 까닭에 내연문제가 발생하였는데, 그 후 (혼인) 의식의 정화성이 내지 공시성이 쇠퇴해감에 따라 주45) 의식 없는 정당한 내연관계라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진단하였다. 주46)
[147]
주45)
중천은 혼인의식의 발생 원인으로 다음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혼인당사자의 환희의 감정이 축연적 의식에 의해 만족을 얻는다, 둘째 성결합관계의 설정에 따른 자연적 경외감의 발로로서 재액을 받지 않고 행복을 기원하는 종교적 기도로서 의식을 한다. 셋째, (종교적) 의식에 의하여 신의 sanction으로서 그 결합을 신성화함으로써 합법적인 것으로 한다. 넷째, 새로운 사회적으로 인정한 일정한 성적 결합관계를 다른 법외적 성적 결합관계와 구별하여 전자에만 특수한 법적 보호를 부여하기 위하여 그 성립을 사회에 공시하여 일반적 승인을 얻는다는 것이다. 중천선지조, 결혼の의식(1), 49면 이하 참조.

주46)
중천선지조(주 29), 1119면.

_ 따라서 “의식을 올리지 않고 정당한 영속적 생활협동의 성적 결합을 한 것이 있다면, 이것 역시 실질적으로 볼 때 혼인관계로서 다르지 않고 단지 상당기간의 경과에 의해서만 그 실질이 확인되는 차이가 있는 데 지나지 않는다. 즉, 혼인은 신고에 의하여 법률효과를 향유하고, 신고가 없더라도 의식에 의하여 결합함으로써 그때부터 내연의 효과를 보장받으며, 신고도 의식도 없이 결혼한 것은 상당한 기간의 경과에 의하여 그 혼인의 실질이 현저하게 된 다음에 비로소 내연의 효과를 얻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주47) 이러한 관점에서 중천은 판례의 혼인예약법리로는 사고사에 대한 배상 문제, 유족급부 문제, 일상가사채무 등 제3자에 대한 관계에 대처할 수 없으므로 준혼이론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주48)
주47)
중천선지조(주 29), 1120면 이하.

주48)
중천선지조, “내석の법률적의의,” 『중앙공론』, 50권 4호(1935), 78면.

_ 한편, 삼지원순일은 법률상 혼인에 준하는 효과, 즉 부양의무, 동거의무 등을 인정하는 것은 혼인예약이론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천의 준혼이론을 더욱 끝까지 밀고 나갔다. 주49) 즉, 사회적 생활관계로서 내연관계를 과정적 관계로 보면 법률상 혼인으로의 발전을 장래에 예정한 생활관계이고, 이를 정지적 관계로 보면 당사자가 현재 영위하는 부부로서의 협동생활관계인데, 주50) “(내연의) 예약관계로서의 일면은 법률관계로서의 내연관계로부터는 제외되어야 할 관계로서, 내연관계가 법률관계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정지적 관계로서 부부로서의 협동생활관계 자체라는 점에 있어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보면 내연관계는 법률관계로서는 순수한 준혼관계로 내연의 합의는 현재 부부로서의 협동생활관계에 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법률상의 혼인의 합의에 준하는 친족법상의 행위”라고 하면서, 주51) 내연의 성립, 취소, 무효, 효과, 해소까지를 통일적으로 논하여 부당파기까지 준혼관계의 침해로서 불법행위로 구성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_ 그 이후 판례와 학설은 점차 내연관계를 사실상 부부와 마찬가지 관계에
[148]
있는 것으로서 그 관계 자체의 합법성을 전제로 하는 각종의 법률효과를 인정하게 되었고, 마침내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내연의 부당파기에 대해서조차 혼인예약이론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기한 책임을 묻기에 이르렀다. 주52) 이로써 준혼이론은 일본에 있어서 판례와 학설에 걸쳐서 통설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주53)
주49)
삼지원순일, “법률관계としての내연 (1),” 『법률시보』, 11권 2호(1939), 12면 이하 참조.

주50)
삼지원변일(주 49), 12면 이하.

주51)
삼지원변일(주 49), 16면 이하 참조.

주52)
최고재판소 1958년 4월 11일 판결(민사판결집 12권 5호, 789면).

주53)
“이러한 태도는 내연관계를 혼인의 예약이라는 한 가지 점만으로 파악하지 않고 합의를 기점으로 생기는 실질적 부부공동생활 자체를 (법률의 보호 가치가 있는) 일종의 남녀결합관계로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으로 혼인예약이론에 비하여 훨씬 우수한 것”이라는 아처영의 평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아처영, 『친족법』, 유비각, 1990, 195면 이하(초판은 1961년 간행).



3. 우리나라에서 사실혼 보호법리의 수용과 전개
(1) 판례에 있어서 사실혼 보호법리의 수용
_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에 의하여 신고혼제도가 도입된 후 1930년대에 이르러 조선고등법원이 1915년 일본 대심원 판결 주54) 의 영향으로 사실상 부부로서 생활하고 있는 남녀간에 ‘혼인의 예약’을 인정하여 사실혼관계를 일방적으로 해소한 경우에 채무불이행, 즉 혼인예약 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을 인정하였다. 사실혼을 혼인예약의 일종으로 보아 보호하려는 태도는 해방 후 구민법 시대를 거쳐 새로운 민법전 시행을 전후한 시기까지 지속되었다. 당시의 대법원 판결들을 살펴보면, 이 시기에 사실혼 보호로서 주로 분쟁의 대상이 된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사실혼관계를 일방적으로 해소한 사실혼 배우자와 그에 가담한 시부모 또는 통정한 제3자에 대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혼인예약의 부당파기 또는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 배상을 인정하는데, 이를 순수한 혼인예약이론에 따라 오직 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한 사례는 거의 없고, 주55) 대개 혼인예약 운운하면서도 그 부당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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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여 불법행위로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54)
대심원 1915년(대정4년) 1월 16일 연합부판결(민사판결록 21집, 49면).

주55)
혼인예약이론이 적용된 것으로 거론되는 판결로 대법원 1960. 8. 18. 선고 4292민상995 판결(집8, 민123)이 있는데, 혼인예약에 있어서 상대자인 여성이 임신불능이라하여 그 예약을 파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한 사례이다.

_ 그 가운데서도 다음의 사례가 주목된다. 즉, “남자와 여자가 장래에 있어서 부부로서 혼인할 것을 약속하고 사실상 부부로서 같이 살림을 하고 있는 이른바 내연관계에 있어서는 남자는 민법상 부권은 없다 할지라도 이 약혼상의 권리는 보유하고 있다 할 것이니, 제3자가 약혼 중의 여자를 간음하여 남자로 하여금 혼인할 수 없게 하였다면 약혼으로 인한 남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라고 하였다. 주56)
주56)
대법원 1961. 10. 19. 선고 4293민상531 판결[요지집(민상사편) I.-2, 1213].

_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사실상 부부관계라는 사회적 실체를 거론하지 않고 단순히 약혼으로 인한 권리 침해를 문제 삼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사실혼관계를 약혼, 즉 혼인예약의 일종으로 보고 그에 따른 권리, 결국 혼인청구권의 침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주57) 이 판결을 통하여 조선고등법원 판결 이래 혼인예약이론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으나, 이 판결에 있어서도 단지 약혼의 위반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약혼의 일방 당사자의 권리, 즉 혼인청구권의 침해를 문제 삼아 불법행위책임을 추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사실혼 관계가 객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법적 가치가 있는 관계임을 승인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주57)
이와 같은 판단구조는 일본에서 혼인예약이론에서 준혼이론으로의 전환의 계기가 되었던 1919년의 대심원 판결과 같다. 대심원 1919년(대정8년) 5원 12일 판결(민사판결록 25집, 762면) 참조.

_ 당시 대법원 판결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것은 좀 더 분명해진다.
_ 즉, “한국에 있어서 미혼남녀가 한국 재래의 혼인식을 거행하고 시가에서 시부모 시하에 동거생활을 하였다면 특단의 사유가 없으면 장차 법률상 혼인을 하겠다는 예약을 하였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사실혼 배우자의 혼인예약 파기와 축출에 가담한 시부모에 대하여 ‘혼인청구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위자료청구를 인용하였다. 주58) 여기서 사실혼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시부모에 대하여 혼인청구권 침해를 문제 삼는 것은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 판결에서는 명시적으로 제3자가 사실혼 부당파기에 가담한 행위가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함을 밝히고
[150]
있다. 즉, “혼인예약관계에 있는 부부의 일방에 가담하여 그 예약을 파기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일방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타의 일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할 것이므로 다른 사람과 혼인예약 중에 있는 여자와 정교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여자와 상대방 남자와의 혼인예약을 파기케 하였다면 그 여자와 함께 상대방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주59)
_ 대법원이 사실혼을 단순한 혼인예약이 아니라 법률혼에 준하는 관계로 불법행위법에 의하여 보호된다는 점은 다음 판결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논지는 혼인예약 불이행은 채무불이행이고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하나, 혼인예약으로 인한 남녀 동서관계는 혼인의 신고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의 혼인이 라고 할 수 없으나 혼인관계에 준하는 관계로서 1963. 7. 31. 신설된 호적법 제76조의2 재판에 의한 혼인으로 사실상 혼인관계 존재확인의 재판을 받아 혼인의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된 것으로 보아,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관계는 법률상 보호되어야 할 이익이 있어 그 관계가 정당한 이유 없이 파기되었을 때에는 고의 또는 과실로써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 하여 불법행위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주60) 결국 대법원은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관계가 정당한 이유 없이 파기되었을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은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동시에, 고의 또는 과실로써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 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하겠으며(생략), 당사자 이외의 제3자가 위 사실혼파기에 가담한 바 있다면 그 제3자에 대하여는 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만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하여 주61) 부당파기한 사실혼 당사자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의 경합을 인정하였다.
주58)
주59)
대법원 1961. 10. 19. 선고 4293민상750 판결[요지집(민상사편) I.-2, 13041].

주60)
주61)
_ 이와 같이 우리 대법원은 민법전 시행 전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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