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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선덕
작성일 2008/08/22 (금)
 
서평
                           두 토끼 잡은 김명조의 ‘끝 그리고 시작’


김명조의 ‘끝 그리고 시작’은 흔히 말하는 액자소설이다.
큰 액자 안에는 대체로 작은 액자가 들어있기 마련인데 ‘끝 그리고 시작’, 이 소설의 액자는 이상하다. 두 개의 액자가 각기 저만의 그림을 독자가 만족할 만큼 보여준다는 데서 다른 액자소설과 다르다. 그러면서 서로 잘 맞물려있는 짜임새라니. 403쪽인 책 1권이 방대한 대하소설을 읽은 듯 이야기 양이 만만치 않다.
이 책의 한 근간은, 살인혐의로 법정에 선 심은희의 번복진술을 담당검사 진한수가 과학적인 수사로 뒤엎는 법정스릴러이다. 다른 한 근간은 납북탈북자 황인성의 북한에서의 감금생활과 이후 대탈출기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과 북의 해빙무드를 타고 벌어진 신구 정권의 정책 사이에서 희생당한 대북 특수조직 책임자의 목숨 건 탈출기이자 범인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깨려고 혼신의 힘을 쏟는 수사 검사의 몸부림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치정 살인에 얽힌 법정 스릴러와 첩보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위에 적은 표4의 카피는 단지 홍보를 위한 부풀림이 아니다. 책장을 덮는 즉시 독자는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카피내용이 미진하지 않은가, 아쉬움마저 갖게 된다.  

어느 날.
정보부 극동 국장 허준기가 살해된다. 허준기의 아내 심은희는 한국대학병원 신경외과의사다. 심은희는 애인인 정치부기자 이재훈과 공모하여 남편을 살해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재훈은 사건 후 이재훈의 집 지하보일러실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심은희는 첫 공판법정에서 전에 남편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번복한다. 잠을 재우지 않는 연속수사와 성고문에 의해 허위로 자백했다는 경천지할 폭로를 하는 것이다. 법정에서의 진술은 완벽하다. 혹여 그녀의 진술을 방해하거나 트집 잡을 수 있다면 공범 이재훈이 있을 뿐이겠으나 이재훈은 죽은 자다. 심은희의 진술을 뒤집을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 ‘성고문’폭로로 심은희는 여성단체들로부터 대대적인 지지마저 받는다.
담당검사인 진한수는 심은희가 고문에 의해 억지 자백했다는 애초 진술에 신빙성과 무게를 둔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오랜 검사생활에서의 직감이다. 특히나 ‘성고문’ 폭로부분은 지나치게 구체적이지 않은가?
허나 법무부의 진상조사단은 가해경찰관을 구속하고 재판부도 그녀를 보석으로 석방한다. 이에 진한수는 그동안의 진술과 증거를 일단 백지로 놓고 새로이 검토해본다. 거기서 전에 간과한 에어컨 리모컨의 지문 한 개를 주목한다.
지문은 12년 전에 사망하여 주민등록이 말소된 자, 황인성의 지문이다. 추적해 가자니 황인성은 비행기납치사건과 관련이 있고, 승객의 이름은 황윤식이다. 하나는 사망, 하나는 납북자인 같은 지문의 두 사람.
진한수 검사는 지난날 한반도에 전면전 발발 시 북 수뇌부를 강타하게 될 프로젝트 ‘TRAP’의 수장이던 황인성의 지문임이 확실하며 이명동인임을 밝혀낸다. 이 땅에 없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완벽하게 말소된 사람의 지문이 어째서 살인현장 에어컨 리모컨에 남아있는 것일까.  

그렇게, 비행기납치 당시의 오래된 신문기사를 꼼꼼히 들춰 찾아낸 진한수 검사는 미비한 단서에서 전혀 새로운 상황에 부딪힌다. 납북하이재킹, 북한에서의 모진 고문과 죽음을 불사하는 대항과 생존, 지난한 탈출과정을 보여주는 황인성의 후면에서의 등장이 그것이다.
황인성의 탈출행로는 북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탈출자의 이동경로를 따르는 북한 곳곳의 상세지도는 사진을 보듯 생생하다. 마침내 탈북자들의 인권문제에까지 독자는 새삼 마음을 기울이게 돼버리고 만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타고난 애국심의 소유자, ‘TRAP’의 수장 황인성이 갖가지로 당하는 고문을 작가 김명조는 물론 작중인물 황인성과 함께 독자 또한 고스란히 처절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작중 황인성이 그 고문을 이겨내고 견뎌낸 후에도 고문은 독자의 몫으로 그대로 남아있어 고통스럽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인성은 목울대가 터지도록 큰 소리로 그렇게 소리친 후 혀를 내밀고 그리고 깊이 깨물었다. 입술에 잘리다 만 혀가 매달려 너덜거렸고 순식간에 입 안팎은 피로 범벅이 되었다. 윤과 사내가 깜짝 놀라 달려왔다. 그때였다. -159쪽)
상상조차 못한 놀라운 장면 장면을 여기에 죄다 옮겨 적고 싶은 흥분된 심경을 이 정도 소개하는 걸로 그친다. 소설의 엠바고를 위해서다. 황인성이 그를 버린 조국, 이 땅에 안착하기까지의 앞뒤를, 탈출자 황인성을 지켜보는 시선을, 독자는 안타까워하며 결코 놓지 못하리라는 사실만 적시하기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회자되던 몇 몇 성공한 소설은 작가가 현장에 가보지 않고 미루어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황석영의 장길산이 그렇고 박경리의 토지가 그렇다고 한다. 작업종결 후 작가가 현장에 가서 확인했을 때 소설 속에 상상으로 표현한 그 거리, 그 풍경과 일치했다는 증언에 독자는 다시 한 번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갈채를 보냈다.
‘끝 그리고 시작’ 이 소설을 위하여 작가는 중국단둥에 취재를 다녀왔다. 강을 넘어 북한 전역을 휘뚜루마뚜루 둘러보았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소설은 북녘거리와 북한주민의 실상, 산야 풍경, 군주둔지 등을 정확한 필치로 세세히 표현해낸다. 작가 김명조도 앞서의 작가가 그랬듯 그가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낸 그 땅을 밟아 소설 속 풍경과 대조해볼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작가의 상상력과 더불어 이 책의 별미는 검사의 차분하고 치밀한 과학 수사적 대응이다.
증인 길형서의 훈소에 관한 증언. ‘해저드 원’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한 검사와 증언자의 질의문답은 길다하여도 일품이다(338-343쪽). 이 소설이 상상력 더하기 정밀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에 두고 썼다는 신뢰감을 확실히 준다. 필적감정사 윤형기의 증언도 같은 맥락에서 즐거운 읽기를 체험하게 해준다(391-393쪽).
‘끝 그리고 시작’에서 황인성 사건의 시기가 하필 지난 정권을 예시하는 듯해 다소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작품은 작품일 뿐이다. 어느 정권에서든 정략에 의해 비슷비슷한 일은 능히 언제든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작가는 튼튼한 구성에 섬세하고 정확한 준비과정을 거쳐 차분하면서도 박력 있는 문체로 대한민국 추리소설의 자존심을 새로이 세웠다.
황인성의 신상처리에 관하여 작가는 화자의 독백을 빌어 진지하게 묻고 대답한다(387쪽).
(‘나는 아직도 그가 이재훈을 살해했을 것이란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가 추진하고 있던 ’TRAP'의 실체가 어떤 것이며 그들의 말대로 과연 국가와 국민 대다수의 이익이 되는지를 내세우기 전에 내면을 울리는 자성의 소리부터 귀를 기울이는 것이 순서였다. 잘못하면 경우에 따라서 황인성이라는 인물이 매장될 수도 있다. 사명감과 신념을 지니고 평생을 국가에 헌신한 그였다. 국가가 나서서 명예와 과거의 지위를 회복시켜 줄 수도 없을뿐더러 그는 죽음을 앞에 둔 말기 암 환자이다. 현충원 안장의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국가유공자라도 일단 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과연 공의란 무엇인가.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라 각 시대에 특유한 산물일 것이다. 황인성을 이재훈의 살해 혐의로 구속시킨다고 해서 혼탁한 이 사회의 공의가 살아날 리 없다. 그의 존재가 그대로 공개되면 오히려 공의는 죽었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알리바이 부분은 깨뜨렸다. 이재훈이 허준기를 살해했다는 입증도 해냈다. 그런 변명으로 일단 자위를 했다. 아무리 판사는 판결로서, 검사는 공소장과 검사 의견서로 말한다지만…….’)
화자의 고뇌와 갈등을 통해 작가는 심중을 말한다. 소설 바닥에 면면히 흐르던 휴머니티가 저 부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법정스릴러물을 떠나 예술의 고유한 순수영역을 지켜낸 대목이겠다.  
그러면서 한편 요즘의 촛불정국에 촛불을 드는 국민의 자발적인 애국심은 과연 무엇이며 국가는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애국심은 단지 꿈속의 짝사랑이며 국가는 정치꾼들의 밥그릇일 뿐인가. 황인성이 내준 숙제에 이어 앉은 자리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심은혜의 사건을 뒤집는 과학수사와 법정이야기만으로도 소설은 흥미진진한 한 권의 소설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탈북자 황인성의 처절한 이야기만으로도 소설은 승부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작품이 두 개의 액자를 표방하고 있다면, 작가는 전문가적 경험을 씨줄로 상상력을 날줄로 정교하고 멋진 한 장의 타피리스를 짜내는데 성공하였다.  

사족이지만, 아는 이는 알다시피 작가 김명조는 제9회 법원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고 오랫동안 재판부에 몸담은 전 법조인이다. 지금 와서는 소설가 경력도 내칠 수 없을 세월이 되었다.
소설의 완성도로 혹자는 김명조를 한국의 ‘존 그레셤’이라고 칭하고 싶은 모양이다. 작가 중 누군가는 써야할 우리만의 탈북자 이야기를 가장 김명조 식으로 풀어낸, 전직 법조인에 걸맞게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법정스릴러를 법정스릴러답게 끌고 간 저력 있는 이 작가에 대해 나는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외국에 존 그레셤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김명조와 ‘끝 그리고 시작’이 있다.


끝그리고시작 (김명조)

이책.. 사무실에 있어서 읽게 되었다.

법조인들이 신간을 내면 책을 보내오곤 하는데 그 중에 하나. 이분 법무사시다.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 한다니 국장님이 읽으라고 주신책이었다.

사실 별로 기대 없이 읽었다. 그냥 돌려 드리기 뭐해서 잘 봤습니다 해야 하니 그냥 읽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로 빠져드는 소설.

진짜 진짜 리얼리티 100%. 일본소설이나 다른 나라 소설에서 느낄수 없는 우리만의 정서랄까.

격하게 북받쳐 오르는 바로 그 감정.
소설이 남북분단과 탈북등 우리의 현실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어 더했던것 같다.
정말 리얼한 묘사때문에 몇번이고 눈물을 흘렸고, 아주 격하게 울었던 기억도 난다.

다 읽고 찾아보니 이분 한국의 존 그리샴이라는 닉네임이.. 대단한 분이었다..




[출처] 끝그리고시작 |작성자 진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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