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강재 소개각종 소송강제집행 등인터넷등기등  기답변서게시판법률상담실영혼의 샘참  고유관기관업무관련



개성이 다르고 성격이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지역적으로 특이한 문화와 습성 때문에 갈등하고 다투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과 다툼을 규율하고 조정하는 제도가 공평하지 못하다면 큰 문제가 아닐까.
편의상 사건 당사자를 A, B, C, D, E, F.라는 이니셜로 구분해보자. 연인사이인 A남과 B녀는 골프장 캐디로 근무 중이고, C남과 D녀는 전직 캐디 출신으로 현재 조그마한 영업장을 운영하는 부부관계이며 A는 C의 후배이다.

2011년 8월 18일, A는 비번을 이용하여 애인 B와 함께 경기도 ㅊ면에서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 친한 선배 C와 그의 처 D를 방문하게 된다. 당시 C의 처 D는 임신 6개월이어서 전처럼 신나게 놀지는 못하고 그들은 함께 저녁을 먹은 뒤 인근 ㄱ읍에 있는 노래방엘 갔다.
그들 일행은 평소에 하던 대로 노래를 부르며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간 땅콩을 안주로 하여 피치 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노래방 주인여자가 와서 자기들이 파는 술 외에는 마시지 못하니 당장 나가라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시비가 붙었다. A와 B는 “다른 곳에서는 손님들이 가져간 술을 마실 수 있는데 여기는 왜 이러느냐?”고 항의를 했다.
그러나 주인여자는 “그런 곳이 어디 있냐? 있더라도 그곳은 그곳이고 여긴 여기”라고 응수했다. 점점 언성이 높아지면서 다른 방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때 구경꾼 중에는 키가 크고 신체가 우람한 청년 5명이 섞여 있었는데 그 중 1명인 E가 앞으로 나서며 “우리 이모에게 대드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시비에 끼어들었다.
누가 먼저인지 모르지만 밀고 밀리다 손찌검이 시작됐다. 그때까지 구경만 하고 있던 5명의 젊은이들 중 셋은 A와 C를 붙들었고 E와 또 한 사람 F는 때렸다. 그들은 남자 여자 구분하지 않고 마구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다. 이렇게 폭행이 시작되자 A는 당장 임신 6개월인 선배의 처 D가 걱정이 되어서 그녀에게 주먹과 발길질이 가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해 사납게 E와 F에게 달려들어 밀치고 당겼다.
신고를 했는지 경찰관 2명이 현장에 나타났다. A, B, C, D와 5명의 청년들은 ㄱ읍내에 있는 지구대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 서로 간에 밀고 당기며 치고받았지만 상처가 밖으로 드러난 사람은 단 두 사람이었다. A와 5명의 청년 중 E의 입술이 찢어지고 얼굴에 멍이 들었다. 경찰관이 다친 사람의 상처 부위를 카메라로 촬영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인솔해 가서 상해 진단서를 발급 받게 했다.
병원에 가서 보니 다친 것은 A뿐만이 아니고 C와 그의 처 D, 그리고 A의 여자친구 B도 몸에 멍이 들었고 무릎에도 상처가 나 있었다. 그래서 모두 2~3주의 상해진단서를 발급 받았다. 그런데 이후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조사를 하는 경찰관이 A와 C의 앞에 상대편 청년 5명을 세워놓고 “이들 중에서 누가 당신들을 때렸느냐?”고 묻는 게 아닌가.
조명이 시원찮은 노래방 복도에서 서로 엉켜서 치고받았는데 누가 누구를 때렸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3명은 붙들고 2명은 때렸다고 했으나 경찰은 구체적으로 누가 때렸는지 지목하라면서 강압적으로 몰아세웠다. 그래서 A는 서로 주먹을 많이 교환한 E와 F를 지명했다.
그랬더니 경찰관은 그 2명을 제외한 다른 3명의 청년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들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 5명은 야간에 다중의 위협을 보이며 폭행을 가했으므로 형법 제261조 특수폭행의 공범임에도 말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뒤죽박죽, 의문투성이 경찰 조사

그 후 그 경찰관은 노래방에서 소동이 일었을 때 부근에 있던 노래방 도우미인 여자 2명을 불러서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 진술서가 또 이상했다. 노래방에서 술을 먹었고, 주인이 만류하자 술 먹던 사람들이 욕설을 하며 달려들었고, 5명의 청년들은 이것을 말리려고 했을 뿐 때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여자들은 A, B, C, D의 잘못만을 진술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들을 변호하거나 사실관계를 정확히 말해줄 사람은 없었다. 주인여자가 자기 업소에서 파는 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다고 했다거나, 힘을 합해 이들을 몰아붙인 5명의 청년들은 신장이 170~180cm나 되고 체격도 우람한 반면, 전 ‧ 현직 골프장 캐디들인 A, B, C, D는 겨우 160cm 정도여서 신체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덩치 큰 5명의 청년들이 일방적으로 A, B, C, D를 때렸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상한 조사를 마치고 경찰관은 A, B, C, D와 E, F를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보냈다.
곧 경찰서의 조사관이 진술서 몇 장을 작성하도록 하더니 어느 순간, A, B, C, D를 상대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이런 일이 처음이었던 A, B, C, D는 진술서와 피의자 신문조서가 무엇이며 어떻게 다른 것인지 전혀 모른 채 그저 조사관이 시키는 대로 대답하고 손도장을 찍었다.
한 바탕 소동을 치른 지 어느덧 2시간이 흘렀고, A와 B는 다음 날 출근 걱정이 되었다. 조사관은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니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가능하면 합의를 하라며 자정 무렵 일행 모두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사건이 있은 지 석 달쯤 되었을까, 법원에서 ‘약식명령’이라는 것이 날아왔다. A와 C에게 각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어쨌든 노래방에 술을 사들고 간 것과 시비가 벌어져 치고받은 것은 잘못했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들은 봉급의 절반이나 되는 벌금을 눈 질끈 감고 기한 내 납부를 하였다.
그런데 그 두 달 뒤 A와 C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E와 F가 2주 진단서를 첨부, 각각 380만 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2주 동안 일을 못하고 고통을 당했으므로 그에 대한 손해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쌍방폭행에서 일방은 벌금‧기소유예 처분, 일방은 무혐의?

A와 C는 그제야 위기감을 느꼈다. 이 일을 방치하면 점점 더 궁지에 몰릴 것 같아서 친지의 소개로 법무사 K를 찾아오기에 이르렀다. 이들로부터 소장을 받아 읽어나가던 K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E와 F에게 ‘혐의 없음’이라고 사건을 종결한 검찰청의 문서가 ‘호증(증명서류)’으로 첨부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외관상 싸움, 즉 상호 폭행으로 서로 감정이 폭발하여 치고받게 된 사건이다. 오히려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행위에 치중한 A와 C의 행위에는 정상을 참작할 요소도 없지 않았다.
우리 대법원은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2003도4934호)하고 있고, 싸움에 관하여 유사한 판례가 많이 쌓여 있다.
그럼에도 E와 F를 무혐의 처리한 것이다. 요령부득으로 늘어놓는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사안의 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지만 법무사 K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A에게 검찰청에 가서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복사해 오도록 했다.
그런데 A가 복사해온 기록을 읽어본 K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자기 남자들이 타인으로부터 매를 맞는 현장에서 놀란 나머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던 B와 임신 6개월이었던 D에게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E와 F를 ‘혐의 없음’으로 처리한 이유는 ‘증거 불충분’이었다. 기록상 이들의 직업은 중장비 기사와 중국집 주방장으로 되어 있었다. 둘 다 노래방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기록에는 당시 싸움을 한 내용, A, B, C, D가 제출한 상해진단서와 피의자 신문조서도 제대로 첨부되어 있었다. A와 C는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 B와 D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으면서 E와 F는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은 아무래도 옳지 않은 편파적인 처리였다. 만일 이들이 다툼 중에 찾아왔다면 K도 당연히 합의를 권유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민의 생활을 규율하고 처벌하는 수사기관의 처리과정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 사건을 처리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문서상으로는 아직 이들에게 처분 결과를 통지하지 않고 있었다. K는 A의 명의로 E와 F의 검찰청 처분사실에 대하여 항고장을 작성하여 관할 검찰청에 제출했는데 며칠 후 A는 항고적격이 없다면서 항고장이 반려되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은 고소고발 사건이 아니라 경찰관 인지사건으로 처리를 한 것 같았다.
뭔가 냄새가 났다. 경찰관이 흥분해 있는 사건 당사자를 병원으로 데려가 상해진단서 6장을 발급하여 첨부했고 당사자도 상대방 처벌을 희망했는데 고소고발이 아닌 인지사건으로 처리를 한 것이다. 요즘 동네의원이야 어디가 아프다는 말만 하면 2주까지의 상해진단서를 발급받는 것은 쉬운 일이다.
E와 F의 것을 포함하여 그날 발급받은 상해진단서만 6장이었고 장당 30만 원이니 그 수수료만 180만 원이나 되었다. 그런데 왜 상해진단서를 저마다 발급받게 했을까. 그래 놓고도 경찰관은 E와 F가 제출한 상해진단서에 대해서만 판단한 후 A, B, C, D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여 검찰에 송치했다. 그렇다면 이쪽은 상해진단서가 아닌 의사의 소견서나 일반 진단서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검사장에 진정서 제출하자 손배소송 취하 소식 들려

A가 복사해온 기록에는 E와 F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어서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 ‘혐의 없음’에 해당할 만큼 피의자 신문조서(혹시 그냥 진술조서로 되어 있는지 모른다)에 범죄를 인정할 만한 내용이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검찰에서는 직접 보완수사를 하든지 아니면 경찰에 보완수사 지시를 해야 옳았다. 그동안 일방적인 폭력사건에서도 가해자가 허위의 상해진단서를 제출하여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경우도 많았고, 쌍방처벌을 위협하며 합의를 종용해왔던 관행도 없지 않았다. 최근 이에 대한 반성이 검찰 내부에서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사건을 보면 전혀 그런 흔적이 없었다.
임산부를 포함해 신체적으로 왜소한 사람들과 이들보다 20cm 이상 신장과 체격이 큰 사람들 간에 신체적 ‧ 수적 위협 아래 벌어졌던 이 폭행사건에서 전자만 처벌한 조사결과는 누가 봐도 편파적일 것이다. 검찰은 경찰서 조사기록만 가지고 그대로 약식명령과 기소유예 처분을 했고, 경찰이 ‘혐의 없음’ 의견으로 올린 E와 F에 대하여는 불기소 처분을 했을 것이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에 대하여 검찰이 반대하며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이 바로 이런 경우와 같은 ‘인권침해’ 위험이었다.
법무사 K는 A와 C의 명의로 관할 검찰청 검사장 앞으로 진정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 진정서에는 사건의 과정과 그동안 경찰 및 검찰청에서 처리한 내용과 결과, 약식명령과 손해배상에 관한 소 제기 상황, 특히 임신 6개월의 임산부가 일방적으로 맞아 상해 3주의 피해가 있었음에도 검사가 이 임산부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고 가해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했음을 지적했고 D의 출산 증명서를 첨부했다. 또한 이 진정서 사본을 첨부서류로 하여 손해배상 소에 대하여 답변서도 제출했다.

아직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의 싸움에 산전수전 다 겪은 법무사가 끼어들어 ’떡 놔라, 밤 놔라’ 하는 일은 계면쩍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런 편파적이고도 불공정한 사건처리를 뻔히 보면서도 만류하며 일진 타령이나 하는 것도 옳지 않는 일이다.
법무사 윤리강령 제1조는 “법무사는 사회정의 실현과 윤리를 존중한다”고 되어 있다. 만일 검사장이 진정서를 읽게 된다면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게 한 뒤 지구대 경찰관과 검찰청 검사에게 경고 정도는 보내지 않을까 하고 K는 기대하고 있다.
얼마 후 E와 F가 손해배상 소를 취하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K는 검사장의 처분결과를 끝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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