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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1998년 9월, 은퇴 후 생활할 집터를 찾다가 산세가 수려한 농촌에 B 소유의 임야 1,400㎡을 구입하였다. 그런데 그 토지의 면적은 총 1,960㎡로 후일 이것을 둘로 나눈 후 단독으로 등기하기로 하고 우선 1,960분의 1,400 지분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필했다.
그런데 토지의 분할절차가 지지부진하고 있는 동안 A는 급히 돈을 쓸 일이 생겨 위 토지를 타인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1999년 8월, 지적측량을 하는 날 A는 C에게 취득할 당시보다 약 10% 정도 오른 가격으로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이 토지가 두 사람 공유라는 사실과 매각대상인 부분, B의 소유로 남아있는 부분을 정확히 표시하여 3명이 확인인을 날인하면서 공유물분할 등기가 완료하는 날 잔금지급과 함께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필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받았다.
A는 토지분할 절차를 대한지적공사에 의뢰를 하였고 등기절차는 인근에 있는 법무사 사무소에 위임을 하였다. 99년 10월에 지적분할이 완료되어 토지대장이 2개로 만들어지자 A와 B는 공유물분할 등기를 하면서 동시에 A 소유를 C에게 이전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필했고 잔금도 지급받았다.
그런데, 그 후 10년 10개월이나 지난 2010년 8월. 위 토지를 취득했던 C가 A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았다.

A가 B에게 이 사건 토지를 이전등기하기 전인 1999년 9월, 경제적 형편이 나빠진 B는 채권자로부터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이 토지 상 자신의 소유 1,960분의 560지분에 대하여 D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했는데 A가 이것을 정리하지 않고 C에게 매각하는 바람에 공유물분할 시 두 토지에 이 가등기가 전사되었고, 2008년 8월 D가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할 때 두 토지에 필했던 가등기 지분이 D의 명의로 본등기가 되는 바람에 C 소유의 토지는 C(1960분의 1400지분)와 D(1960분의 560지분)의 공유로 되었고, B 소유였던 토지는 B(1960분의 1400지분)와 D(1960분의 560지분)의 공유로 되었다.
그 후 B의 채권자들이 B 소유였던 토지상에 살아난 B의 지분을 강제 경매하여 이를 경락받은 E의 소유가 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A는 C 명의 토지에서 가등기의 본등기로 인하여 D의 소유로 되어버린 1,960분의 560지분의 현 시가 60,000,000원을 배상을 하라는 청구였다.
소장을 받고 아무리 읽어봐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던 A는 변호사 몇 명에게 자문을 구하여 대응방법을 의논했지만 해결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어째서 해결이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을 들을 수가 없었던 A는 조급하고 답답한 마음에 견딜 수가 없어 공유물분할 등기와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대행해 주었던 법무사를 찾아가 봤으나 자기는 책임이 없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때 A는 십 수 년 전 등기절차를 의뢰한 적이 있었던 법무사 K를 생각해 냈다. 이미 변호사 몇 명으로부터 ‘해결불능’이란 답변을 들었지만,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A는 법무사 K를 찾아왔다.


공유자간 가등기 해결 없는 공유물분할 등기, 법원은 책임 없나?

A로부터 소장부본을 받아 자세하게 읽은 뒤 K는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그 내용을 대조해 보았다. 일전에 K도 머리를 싸매고 문제해결을 시도한 적이 있었던 ‘타인의 공유지분에 설정됐던 근저당권이 공유물분할 등기 이후에 임의 경매된 사건’과 비슷했다. 다만, 그 매개가 가등기일 뿐 그 결과도 거의 같았다. 이 사건에 대한 근거규정을 검색해 보니 대법원 등기선례 7-374호(2004.3.14. 시행: 이 사건 등기 당시의 선례는 2-560호)였다. 그 선례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갑 · 을 각 1/2지분의 공유토지 중 갑 지분 만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보전의 가등기가 경료 된 후, 그 토지를 2필지로 분할하여 이를 각각 갑 또는 을의 단독소유로 하는 공유물분할의 등기가 된 경우에도, 위 가등기는 분필된 2필지에 그대로 전사되므로 위 가등기 권리자는 2필지 모두에 대하여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을 단독 소유로 된 토지의 가등기 후 본등기 전에 이루어진 공유물분할을 원인으로 하는 지분이전등기는 본등기 된 지분의 범위 내에서 본등기와 양립할 수 없으므로 부동산등기법 제175조 내지 제177조, 제55조 제2호에 의하여 직권으로 말소하게 되며, 갑 단독 소유로 된 토지에 대하여는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시 등기관이 직권으로 '소유자 갑'을 '공유자 지분 2분의 1 갑'으로 경정하여야 한다.”

이 선례는 “‘근저당권자의 동의 없이 일정 토지에 대하여 공유자들 상호 간에 이뤄진 지분집중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88다카 24868호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이와 유사한 선례도 많이 있었다. 이것은 공유의 성질 때문에 나온 해석이지만 위 사례와는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니었다. K는 어쨌든 공유의 성질이 그렇다면 위 사례의 경우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하여 C 명의의 토지에 경료 되었던 공유물분할 등기가 직권 말소될 때, B 단독 명의로 된 토지에 경료 된 공유물분할 등기도 말소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전후 관계를 따져 봐도 그 지분이 B의 소유로 회복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할 때 B 단독소유로 되었던 토지에 있던 A의 지분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이것은 심각한 재산권의 침해였다. 물론 공유물분할 등기를 할 때 가등기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았겠지만 법무사가 이런 위험을 고지하고 절차를 챙겨주지 않는 한 일반 국민들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등기 주관처인 법원이 제도적으로 위험방지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지방세 징수를 위하여 토지거래신고를 하지 않으면 등기를 해주지 않듯, 이런 경우 공유자 간에 가등기나 근저당권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공유물분할 등기를 못하게 하는 정책적인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분 소유 상태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재산권 침해하는 불합리한 선례에 대한 위헌심판 신청, 예상대로 청구기각

C의 변호인은 손해배상의 시효가 모두 끝난 것을 의식하였음인지 ‘매매의 목적물에 설정된 가등기의 본등기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 대하여 판시한 대법원 92다21784호를 적용하여 민법 제576조의 담보책임, 즉 계약의 해제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외형상 가등기의 본등기로 인한 것이지만 매매의 목적물에 가등기가 설정된 것이 아니었다. 만일 그 판례가 광의로 적용되어 계약 해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단순한 손해배상 소송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원상회복과 시가산정의 기산점을 정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B가 등기관의 고지를 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도 무시할 수 없다.  
K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A의 입장에서는 그냥 위 소송에서 시효소멸을 주장하여 A의 책임만 면하면 된다. 그러나 A나 C는 전혀 예기치 않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법의 부지 주장으로 책임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엄연한 제도적 불비라고 할 수 있었다.  A 못지않게 C의 입장도 딱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법적으로는 A가 책임을 면할지 모르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매매 목적물인 토지에 대하여 공유물분할 등기를 하면서 D 명의의 가등기를 말소하고 C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K는 이 기회에 규칙의 위헌심사권을 가지고 있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봤으면 싶었다. 정의의 최후보루인 대법원이 왜 이렇게 불합리한 선례를 그대로 두어 전국적으로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최소한 이 선례에 선행되는 예규라도 만들어 타 공유자의 지분에 설정되어 있는 가등기나 근저당권이 전사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면 하고 기대했다(한시법으로 이런 성격인 대법원규칙 제2398호가 시행되고 있다).
K는 A 명의로 C가 제기한 소송에 대하여 답변서를 제출하는 한편, 국가와 E를 상대로 공유물분할등기 취소와 이전등기 무효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위 선례에 대하여 위헌심판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헌법 제23조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제시했다. 만일 이 청구가 기각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라도 제기해볼 작정을 하였다. K는 이 사건과 손해배상 사건을 한 재판부에서 병행심리해 주도록 신청하였고 C가 제기한 재판의 변론기일은 새로 제기한 A의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추후지정이 되었다.
국가 소송수행자는 이 선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정되어 시행한 것이므로 위 등기절차는 전혀 하자가 없노라고 주장하였고 담당 재판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두고 숙고를 거듭했다. 사실 K도 대법원에서라면 모를까 단독판사가 상급법원이 제정해서 시행 중인 선례에 대하여 위헌심판 제청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짐작은 하고 미리 항소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의 8개월에 걸친 숙고가 끝난 결과는 역시 청구기각이었다. 기각 이유는 공유물분할 등기의 역할과 기능에 치중하였고, K가 주장한 절차미비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과연 법원은 이런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일까. 그런데 정작 문제는 A의 반응이었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재판을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변론기일이 가까우면 걱정이 되어 3~4일간 잠도 오지 않고 밥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어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그렇고 이 문제를 성의 있게 다뤄줄 변호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당사자의 항소포기, ‘국가 책임’은 끝내 못 물어

이제 K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다. 당사자가 항소를 포기하겠다는데 더 이상 사건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K는 어쩔 수 없이 변론기일이 추정으로 되어 있던 손해배상의 소송에 대한 기일지정 신청을 하면서 소장에서 주장한 모든 항목에 대하여 자세히 반박을 했다.

1. B가 D 명의로 필한 가등기는 A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고 소유권을 넘긴 후 등기부나 권리증을 본      사실이 없어 A는 가등기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계약 당시에는 가등기가 없었고 공유물분할 등      기를 하기 며칠 전에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2. A는 C와 계약 시 매매대상물이 공유지라는 사실과 지적분할에 관하여 구체적인 위치를 고지하고      날인하였다.
3. 지적 분할이나 공유물분할에 관하여는 A 역시 문외한으로 그 진행과정은 각각 지적공사와 법무사      가 진행했으므로 A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며 C는 매수인으로서 등기부 조사의무가 있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필한 후 등기부를 살펴서 기재된 가등기 문제를 A에게 제시하고 그 해결방법을      촉구했어야 했다.
4. 가등기에서 본등기로 이행할 시점은 매매계약을 체결한지 8년 10개월이 지난 뒤였고, 이때 등기      관이 C에게 가등기로 인하여 본등기가 필하여 진다는 사실을 고지하였음에도 이때에도 C는 이를      방치하였다.
5. C는 매매일로부터 10년 10개월이 지나서 소를 제기했으므로 손해배상 청구의 시효나 제척기간이      경과했으며 이 사건 매매 목적물은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로 인하여 타인의 소유로 이전된 것이       아니라, 타 공유자 지분에 설정된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 절차를 경료하면서 선례에 따라 지분을      잃었으므로 대법원 92다 21784호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매도인의 담보책임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상대 변호사와 재판부가 A에게 조정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공유물분할을 할 때에 가등기를 말소하지 않은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K는 등기과정이야 어찌되었든 A에게 위와 같은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었고, 또한 어떤 명 판결도 화해보다 못하다는 주장에 동의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는 조정제도의 모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K는 A에게 조정에 응하지 말고 그냥 판결을 구하라고 조언을 했다.
그러나 A는 혹 조정에 응하지 않았다가 자신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불안해했고, 이전등기 시의 잘못에 집중하고 있는 재판부를 향해 별 대항을 하지 못했다. 결국 A와 C는 금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에 응했다. 법무사 K는 사건 서류 파일을 서랍 속으로 밀어 넣으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기회가 오면 꼭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 보겠노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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