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강재 소개각종 소송강제집행 등인터넷등기등  기답변서게시판법률상담실영혼의 샘참  고유관기관업무관련


               
A여사는 시청에서 보낸 재산세 고지서를 들여다보다가 자신의 상가에 딸린 대지가 목록에서 빠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작년에도 재산세 몇 십만 원을 냈는데 어쩐 일인가 싶어서 시청 세무과에 전화를 해봤더니 여자직원이 그 토지는 A의 소유가 아니라고 했다. 그게 무슨 소린가. 10년 전에 매입해서 우여곡절 끝에 그 위에다 300㎡ 규모의 건물을 지어 이젠 매달 200만원씩 월세를 받고 있는데 내 소유가 아니라니…? A는 급히 등기소로 달려가 그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등기부에는 B의 소유로 기재되어 있었고 그것도 A가 B에게 매매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10년 전, A는 B와 함께 C소유인 농지를 각각 331㎡씩 총 662㎡를 공유로 구입했는데 당시 B는 농지를 구입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편의상 모두 A의 소유로 등기를 했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등기할 여건이 갖춰지면 B가 구입한 지분에 대하여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약정하면서 우선 그 지분 662분의 331에 3,000만원의 근저당권 설정을 필했었다. 그런데 각각 위치를 특정한 그 토지 Ⓐ와 Ⓑ 중 위치나 모양에서 Ⓐ가 훨씬 좋았다. 그래서 후일의 다툼을 방지하기 위하여 도로와 토지의 모양을 그려서 Ⓐ는 A의 소유로, Ⓑ는 B의 소유로 한다는 약정을 문서로 작성했던 것이다.

그런데 Ⓐ토지든 Ⓑ토지든 B가 소유권을 넘겨가려면 A의 동의와 협조를 얻어야 함에도 이렇게 함부로 남의 토지 소유권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인가. 가까스로 화를 참으면서 A는 법무사 K를 찾아갔다.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답니까?”
K에게 A는 단골손님이었다. 사실 위 최초의 등기절차도 K가 대행해준 것이었다. 그래서 K는 A와 B ,두 사람을 다 알고 있었다. A가 가져온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그 소유권이전은 판결에 의한 것이었다.
“재판을 했네요?”
K가 물었다.
“무슨 재판요? 그런 것 없었는데요.”
A는 말도 되지 않는다는 투로 대답했다. 아니에요. 이것보세요. 등기원인이 Y법원 2010년 5월 22일 확정판결로 되어 있잖아요. K는 등기부등본의 갑구란을 손가락으로 짚어 주었다. A는 그 부분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아니, 법원에 간적도 없는데 무슨 확정판결이에요? 무슨 이런 법이 있대요? A는 K에게 따지고 들었다. 글쎄요. K는 공연히 자기가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다.
“법원에 가서 소송기록을 좀 복사해 오세요.”
이 사건은 이미 종결이 되어 보존 상태였다. K는 A에게 사건번호와 법원의 민사보존계의 위치를 적어주면서 소송기록 중에서 송달보고서는 한 장도 빠뜨리지 말고 다 복사해 오라고 당부를 했다. 그리고 아직 A는 그 판결문을 받지 않았다고 하므로 판결문 교부신청서도 작성해 주었다. 피고가 소송서류를 받지 않은 채 재판이 끝났다면 분명 공시송달로 진행되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공시송달을 위해서는 주민등록표 제출이 필수일 텐데,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A는 다음날 역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K를 찾아왔다.
“아니, 무슨 이런 재판이 다 있어요? 내 주소가 10년 전의 것으로 되어 있어요. 재판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K는 우선 A가 가져온 판결문을 살펴봤다. 주문은 등기부에 기재된 대로였고 판결이유에는 피고가 다투지 않으므로 의제자백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니 소송기록도 얇았다. 그런데 송달보고서 상 표시되어 있는 주소를 보니 A가 처음 매매계약서에 적었던 곳이었고 공시송달 신청서에 첨부된 주민등록표의 최종 주소는 13년 전에 전입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2장짜리 주민등록등본을 앞장만 제출한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것이 통과되었을까. 판사는 대충 보았다고 하더라도 참여관이나 실무관은 이런 것 살피는 것이 일인데 어떻게 된 노릇일까. 또 B의 변호사는 주소보정서를 건성으로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 틀림없었다. B는 A의 거주지를 알고 있을 것인데 이런 판결이 난 것을 보면 고의로 허위주소를 신고한 것이 틀림없었다. 이것을 그대로 말해주면 A는 틀림없이 B를 소송사기로 고소하겠다고 펄펄 뛸 것이다. 위치와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 토지와 Ⓑ 토지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판결이 확정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K는 법전을 놓고 이런 경우 A가 취할 수 있는 소송행위를 살펴보았다. 우선 민사소송법 제173조에 의한 ‘소송행위의 추후보완’이 있다. 여기에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로부터 2주 이내에 게을리 한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다.’로 규정되어 있다. 공시송달이 적법하지 않았으므로 A가 이 규정에 의하여 추완항소를 할 수 있음을 물론이다. 또 한 방법은 민소법 제451조 제1항 11호의 규정에 의한 ‘재심’이다. 여기에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주소 또는 거소를 알고 있었음에도 있는 곳을 잘 모른다고 하거나 주소나 거소를 거짓으로 하여 소를 제기한 때’라고 명시되어 있다. A가 이 규정에 의하여 재심청구도 할 수 있다. 법 조문으로 본다면 추완항소보다는 재심이 더 확실한 절차였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1심 재판을 이어가는 의미에서 추완항소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사안이 확실하고 원심이 파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심급 하나를 줄이는 것이 소송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런데 B의 행위로 봐서 이 토지를 타인에게 매매하거나 은닉할 가능성이 농후했으므로 우선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부터 하기로 했다. 물론 이 판결에 의하여 이행된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이므로 제3취득자에게도 대항을 할 수가 있겠지만 복잡한 절차에 휘말릴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만일 소송 중에 매매하여 제3취득자를 알게 된다면 소송고지 절차를 통해 참가적 효력을 미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모르고 판결이 확정된다면 그 제3자를 상대로 또 등기말소 재판을 해야 할 것이다.

K는 가처분 신청서에 원심의 송달이 잘못되었음을 명시한 뒤, 매매 목적물이 A 단독명의로 등기가 된 경위와 그 경계를 나눠 문서로 표시한 사실, 그 뒤 Ⓐ와 Ⓑ로 토지가 분할된 점, Ⓐ 토지는 A의 소유이며, Ⓑ 토지는 B의 소유이므로 이 사건 원심은 송달이 잘못되어 피고의 진술도 듣지 못한 채 사실을 오인하였다는 내용을 적었고 A가 가져온 경계확정 문서, 매매계약서를 증거서류로 첨부했다.
등기부에 처분금지 가처분이 기입되고 추완항소가 제기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B가 펄펄 뛰었다. 자기는 동사무소에서 발급해 준대로 주민등록등본을 변호사에게 주었을 뿐 허위사실을 신고한 적이 없다는 것과 이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남의 토지에 가처분을 올려놨다는 주장이었다. 어떤 면으로 들어봐도 억지였지만 B는 가히 안하무인이었다.
“A를 꼬셔갖고 내 땅 빼앗으려고?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이 ×도 모르는 대서쟁이야!”
B는 말을 절제할 줄 모르는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의 행위를 제한하거나 통제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다. 이 정도 욕으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되지는 않을 것이고, 만일 된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의 분쟁에 말려들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K는 그냥 참기로 했다. 모르고 날뛰는 사람은 막무가내로 용감한 법이었다. B는 바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러나 변호사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이것은 주민등록표만 확인을 해봐도 뻔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B의 변호사는 A4 용지 석장에다 빽빽하게 준비서면을 써서 재판부에 냈다. 상대방이 변호사도 없이 홀로 소송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선지, 아니면 도와주는 법무사의 존재를 무시해선지 그 내용이 아주 장황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재판도중의 하자는 치유가 된다느니, 처음 매매 당시 공유로 토지를 취득했으므로 공유의 성격 상 B의 지분은 전 토지에 미치므로 공유자는 Ⓐ 토지든 Ⓑ 토지든 먼저 취득하는 사람이 소유자로 인정이 된다는 등의 주장이었다. 소유관계의 범위와 위치를 명시하여 날인해놓은 A가 제출한 지적도면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재판부는 이 주장에 대한 A의 의사표시를 기다리지 않고 즉시 변론기일을 지정했다.

재판에 참석하고 올 때마다 A는 K를 찾아와 재판진행 과정을 꼼꼼히 알려 주면서 B가 변호사와 나란히 피고석에 서서 재판장이나 변호사를 향해 기분 내키는 대로 막말을 한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B는 이런 재판을 하는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국가가 사실로 인정하여 이미 등기부에 기재가 되었는데 무슨 재판이 필요하냐는 것이었다. 일을 그르치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B의 그런 독선적이고 아전인수식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두 기일 만에 변론종결이 되고 판결이 선고되었다. 1심판결 취소였다. K는 B가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고 이쯤에서 Ⓐ 토지를 돌려주고 Ⓑ 토지를 찾아갔으면 싶었다. 점차 A의 감정이 거칠어지고 B에 대한 증오심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둘 다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B는 또 상고를 제기했고 A는 A대로 격분했다. 어쨌든 결과가 뻔한 상고심 기간 동안 두 사람은 감정의 골만 깊어가고 있었다.

상고심은 6개월 만에 종결이 되었다. 무변론 상고기각 판결이었다. K는 대법원에서 확정증명서와 송달증명서를 받은 뒤 바로 소유권말소등기를 하여 A의 소유권을 회복시켜 주었다. 당연한 결과인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B가 A를 상대로 Ⓑ 토지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가운데에서 중재를 할 만한 사람이 없는 채 두 사람은 극한의 상황으로 계속 치닫고 있었다. B는 변호사를 3명이나 바꿔가면서 실제로는 Ⓐ가 자신의 토지인데 Ⓑ 토지를 갖기에는 너무 억울하니 A가 그동안 Ⓑ를 점유하면서 얻은 수익을 부당이득으로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A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토지가격이 10년 동안 5배나 상승하였기 때문에 그대로 이전해주면 양도소득세가 엄청나게 부과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소유권을 넘길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A는 양도소득세뿐만 아니라 자신이 Ⓑ 토지에 부과되어 납부한 재산세와 이 때문에 초과 납부한 건강보험료도 배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려야 한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K는 A를 말릴 방법이 없었다. B의 변호사가 B의 주장대로 억지를 늘어놓는 마당에 A만 만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A가 주장하는 것을 재판에서 인정을 받도록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납부한 재산세 영수증과 의료보험 영수증을 모두 챙겨오도록 하여 호증으로 제출했고 세무사를 통해 소유권을 넘길 경우 발생하게 될 양도소득세액을 산정하여 준비서면으로 냈다.

변호사가 선임되었기 때문인지 재판부는 3번이나 조정기일을 잡았다. 그러나 매번 B의 광란 때문에 결국 조정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재판부는 다시 2번에 걸쳐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기회를 주었다.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이상 명의신탁 해지에 의한 처리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우선 이법 제5조의 과징금 부과와 제7조 제1항의 처벌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명의신탁을 무효로 하는 제4조의 규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난제였다. 따라서 B는 A로부터 Ⓑ토지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신 최소한 이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B에게는 이러한 사항을 고려한 화해권고가 먹히지 않았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재판상 청구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내렸다. 아무리 B의 억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B의 변호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어 버렸다. 법률전문가라든가 소송대리인이라는 역할이 무색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항소심에 가서도 B의 태도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았다. 조정기일을 2번이나 열어 또 기회를 줬음에도 1심에서의 억지를 계속해나갔다. 1심에서 왜 기각이 아닌 각하판결이 났는데 변호사가 설명을 해주었을 것인데도 막무가내였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의 토지를 구입해서 두 조각을 내어 반씩 나눈 것은 확실하고 그 반쪽을 내가 찾겠다는데 무슨 잡소리냐고 고함을 질렀다. 1심에서 승소한 A 역시 양도소득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유권을 넘길 수 없노라고 딱 잡아뗐다. 두 사람 다 기(氣)로 말하면 막상막하지만, 궤변으로는 B가 단연 앞섰다.

결국 이 사건은 항소기각으로 종결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그 판결이유에서 B가 Ⓑ 토지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얼핏 비춰 놓았다. 즉,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그 효력이 무효가 되었으므로 이 건 토지에 대하여 원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별건으로 하고 이 법에 의하여 명의신탁 해지에 의한 소유권을 구하는 것은 무리이다.’고 언급한 것이다. K는 판결문을 꼼꼼하게 읽어가며 재판부의 생각을 살펴보았다. 주심은 B가 법정에서 벌였던 행패나 악다구니에 대한 징벌보다는 법에 무지하여 억지를 부리는 그녀의 처지를 감안한 듯 보였다. 다음에 B가 선임하게 될 변호사에게 본격적인 소송의 방향을 제시한 것일 수도 있었다.

즉, 현재 Ⓑ 토지의 소유자로 되어 있는 A명의의 등기는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가 되므로 그때 마쳤던 이전등기는 취소가 될 것이고 소유권은 원 소유자인 C에게 복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B는 C로부터 소유권을 다시 넘겨받아야 할 것인데 B의 난폭한 성격으로 미루어보면 지가가 5배 이상 올라버린 새로운 등기절차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문제 때문에 또 한 번 난항을 겪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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