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강재 소개각종 소송강제집행 등인터넷등기등  기답변서게시판법률상담실영혼의 샘참  고유관기관업무관련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믿는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을 때, 어느 경우가 가장 뼈아플까. 친구간의 배신도 있을 수 있고, 사업동지로부터의 배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20여년 살을 맞대고 살던 남편이 엉뚱한 짓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내가 느끼는 배신감만 같을까.

A녀는 아들 둘을 둔 중년여성인데 그녀의 남편은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사우나와 각 병원 등의 매점에 음료를 공급하는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남편의 수입으로 중산층 수준의 생활은 할 수가 있었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씀씀이가 헤퍼지자 그녀는 학창시절의 특기를 살려 논술교실을 운영하며 살림을 도왔다.
작년 봄의 일이었다. A녀는 오랜만에 막내 시누이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논술교실을 운영하면서 일정한 수입을 확보하게 되자 남편이 점차 집에 들여놓는 생활비를 줄여가고 있던 차였는데 설핏 지나가는 말로 자기 오빠가 딴살림을 차리고 있다는 거였다. 그것도 정색을 하고 한 말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입에 올려놓고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는 거였다. 순간 A녀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시누이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남편이 딴 살림을 차리다니…, 도저히 믿어지질 않았다. 그렇게 다정다감하고 성실한 남편이 그런 짓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으므로 더욱 마음이 복잡했다. 그제야 몇 년 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던 생활비에 의심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히 사업이 부진해서 그런가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사실 정도가 아니라 남편은 7년 전부터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하여 이미 딸 하나와 쌍둥이 아들 등 3명의 혼외 자식을 기르고 있었다. 사실을 확인하고 나자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 큰 아이가 곧 학교에 들어가야 하니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겠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순간 A녀는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저 애들이 공부를 마치고 결혼하여 독립을 시키려면 논술교실 운영만으로는 턱도 없을 것 같았다. 이럴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결혼생활 중에 구입했던 부동산을 모두 남편이름으로 등기를 해놓았는데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전 재산의 소유권을 자신에게 넘기라는 A녀의 요구에 의외로 쉽게 응해주었다. 남편의 이름으로 등기된 K시 소재 80평짜리 대지와 40평짜리 주택, 그리고 100여 평의 임야 등 시가로 따져보면 15억 원쯤 되었는데 오히려 남편 쪽에서 이전등기를 서두르는 것이었다. A녀는 평소 안면이 있었던 K법무사 사무소를 찾아가 증여등기 절차를 의뢰했다.
A녀 부부의 다급하고 요령부득의 설명을 들으면서 K는 왜 그렇게 서두르느냐고 A녀 남편 B남에게 물었다. 한참을 난처한 기색이던 B남은 자신이 내연녀의 등살에 못 이겨 사채 빚을 좀 썼는데 지금 사업이 부진하여 그 돈 갚을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이며 이 사채업자들이 언제 자신의 명의로 된 집과 토지에 가압류가 들어올지 알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듣자 갑자기 A녀가 발끈했다.
“아니 번 돈을 다 털어 넣고도 모자라서 빚까지…?”
그렇잖아도 초조하게 등기절차를 독촉하던 A녀는 증여등기보다 우선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산 전부에다 처분금지 가처분을 집행하라는 K의 권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대로 증여등기를 하면 사채업자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을 했지만 남편이 스스로 넘겨줄 때 등기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K로서는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어서 즉시 B로부터 A로 증여하는 등기절차를 대행해주었다.
예상대로 사채업자는 이들 부부 간의 재산이동을 가만 두지 않았다. 증여등기를 한 부동산 전부에 대하여 처분금지 가처분을 집행한 뒤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제야 A녀는 K를 찾아와 다급하게 대책을 물었다. K는 A녀로 부터 그들 부부간에 재산은닉의 수단이 아니라 위자료와 혼인 중 취득한 재산 중 자신의 몫을 찾기 위해 재산분할을 한 것이라는 의사를 재삼 확인한 후 그 방법을 제시해나갔다. 우선 A녀가 계속 B와 혼인관계를 계속할 의사가 있는가를 물었으나 그녀는 이미 정나미가 떨어져 더 이상 함께 살지 않겠노라고 단언했다. 장성한 아들들을 어떻게 하려고 그따위 짓을 했는지를 생각하며 화가 나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K는 A녀에게 남편과 내연녀를 간통혐의로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것은 이혼소송에서 필연적인 절차였다. B의 행위는 일정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형이었으므로 제척기간 소멸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A는 주저 없이 그들을 고소하면서 그 접수증을 받아 관할 법원에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의 소를 제기했다. A의 요청에 의하여 아들 둘이 공부를 끝내고 결혼을 통해 독립해 나가는데 필요하므로 재산 전부를 A에게 이전하라는 청구를 했다.  
그런데 B의 채권자D가 E에게 채권양도를 했고 E가 B에 대하여 자신에게 직접 변제하라는 채권양도통지를 했다. D는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 실제 채권자는 E라는 것이었다. 채권자 사이에 뭔가 불협화음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얼마 후 E가 변호사를 선임하여 A와 B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재판부에서는 원고의 변호사에게 E가 B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거나, D로부터 채권을 양수한 근거를 제출하라고 수차례에 걸쳐 촉구를 했다. 그러는 동안 이혼심판은 A의 청구 전부에 대하여 B가 용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판결이 나왔다. 즉, A와 B는 이혼하되, B의 부동산 전부는 A의 소유로, 사업자금 대출로 인하여 이 부동산에 설정되어 있는 근저당권은 모두 A가 인수를 한다는 것과 B의 사업장은 그대로 B의 소유로 하며 아직 미성년자인 둘째 아들에 대한 양육권과 친권은 A에게 주기로 했다. 이 이혼재판이 확정되자 B는 그때까지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혼외로 출생한 아이 3명을 모두 자신의 호적에 올렸다. 그리고 얼마 후에 있었던 사해행위취소의 1심판결에서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각하해버렸다. 원고가 재판부에서 요구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원고의 변호사가 즉시 항소를 했지만 K는 이 사해행위취소 소송의 1심 판결을 첨부하여 D가 A의 재산에 집행한 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가처분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이 각하로 결정 났으므로 가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청구였다. 확실히 D와 E간에 무슨 불화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D는 이 이의사건에서 1심에서 주장했던 내용 외에는 구체적인 채권의 존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처분 취소의 결정이 나오자 D는 곧바로 즉시항고를 했다. 그러나 민사집행법 제289조의 규정에 의하여 즉시항고가 있어도 재판부에서 상대방의 특별한 소명이 있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없는 한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다. 가처분 취소에 관한 모든 소송기록이 항고법원으로 옮겨간 지 일주일 째 되는 날 K는 가처분취소 결정문과 송달증명을 첨부하여 원심 재판부에 가처분 기입등기 말소 신청서를 냈고, 며칠 만에 D가 부동산에 집행했던 가처분 등기는 모두 말소됐다.
여기서 K는 A에게 앞으로 닥칠 위험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이왕 가처분이 말소되었으니 처음 등기했던 증여등기를 말소하고 이혼 및 재산분할 심판에 의한 등기를 다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유를 했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증여 재산이 계속 시비꺼리가 될 것이라면 등기비용과 취득세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그 소지를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논술교사로는 수입이 시원치 않고 생활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후일에 닥칠 보이지 않는 위험보다는 현실적으로 들어갈 1천여만 원의 등기비용을 더 부담스러워했고 K의 권유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렇게 경제적 부담과 향후 위험부담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 D의 채권을 양수했다는 E는 1심 변호사를 재 선임하여 원고의 청구를 각하해 버린 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했다. E의 공격이 시작됐다. 1심과는 전혀 다르게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채권의 존재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K는 주로 A가 B와 20여년 결혼생활에서 증여재산을 공동으로 형성했고, 앞으로 아이들의 진로를 위해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 그리로 5년여에 걸쳐 내연녀와 부정행위를 하고 3명의 아이까지 출산하여 혼인의 순결을 더럽히고 배우자에게 지울 수 없는 배신감을 안긴 B는 전 재산을 위자료로 지급해도 부족하므로 이 재산이동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물론 이렇게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의 증여행위는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사실, K가 D나 E의 입장에서 소장이나 준비서면을 작성한다면 A와 B의 증여행위는 ‘다른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라는 주장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혼재판에서는 B의 몫으로 인정한 B의 사업체가 물적, 영업적으로 재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므로 부동산은 A의 소유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그 사업체는 B의 방만한 경영으로 빈껍데기로 전락한 것 같았고 거래처 확보와 같은 영업상 노하우 역시 B에게는 경제적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실체가 없는 셈이었다. 그런데 만일 A가 B의 불륜행위를, 그것도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3명의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 그래서 A와 아들 둘의 생활보장을 위해 재산분할을 한 것이라면 사해행위의 혐의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대법원 2006다33258호에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에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성격이 가미된 제도로서,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이혼을 하면서 그 배우자에게 재산분할로 일정한 재산을 양도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에 의한 취소의 대상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 부분에 관한 한 적법한 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없어 취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나, 이처럼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재산분할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채권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심과는 달리 항소심을 준비하는 E측 변호인은 꽤 치밀하게 변론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B의 사업체에 대한 재산적 가치라든가, 소득세 납부현황은 물론 B가 D로부터 돈을 차용할 때의 상황 등을 자세하게 파헤쳐 나갔다. A는 가처분이 풀린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우선 생활비에 충당하고 소송비용을 준비해나갔다. 이 사건의 기세로 봐서는 상고심까지 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B의 자충수가 터져 나왔다. A는 변호사도 없이 K가 뒤를 봐주고 있었지만 B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이 소송에 대처하고 있었는데 B가 관할법원에 개인파산 신청을 하면서 D와 E를 채무자로 신고를 한 것이었다.

그렇잖아도 D와 E 간에 채권채무 양도양수에 대한 입증이 시원찮아 1심에서 각하판결을 받은 마당에 B가 이 채권의 존재를 인정해버린 셈이었다. B의 이런 돌발행동이 있기까지 항소심 법원에서 2번의 조정절차가 진행되어 A는 E에게 1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라는 권고가 있었다. 이에 대해 K는 2가지를 A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처음 B로부터 소유권을 증여받았던 그 등기를 말소하고 이혼심판의 재산분할로 다시 등기를 하더라도 1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과 1천만 원의 근저당권 설정 대신 현금으로 변제하도록 재판부에 신청해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A가 조정권고에 대한 이의를 하기 전에 E의 변호인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런 분위기로 봐서 K는 이대로만 가면 A는 1천만 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으로 항소심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B가 개인파산 신청을 해버린 것이었다. 상황은 급전직하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변론이 열릴 때마다 A는 점점 힘들어했고 초조해했다. 재판장의 재판진행이 자신에게 불리해지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결국 A는 K를 떠나 변호사를 선임했다.

A의 변호사는 사실조회를 통해 B와 내연녀 사이에 출생한 3명의 아이들에 대한 출생신고 과정과 B주변 상황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활발하게 변론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K로서는 6개월 이상 재판을 도와주었던 A가 승소만 한다면 어떤 지원도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일단 변호사의 손에 건너간 뒤에는 K가 도울 일은 없었다. 몇 달 뒤 A는 9,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을 받았다. 물론 B는 완전 패소였다. 각하판결이었던 1심과도, A에게 1,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라던 조정권고안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 판결이었다. A는 변호사를 통해 상고했으나 상고기각 판결을 받았고 그로써 사건이 종결되고 말았다. 공시지가로 3억여 원되는 부동산을 넘겨받는 대가치고 과한 판결을 아니었지만 1심판결과 항소심의 조정권고안이 두고두고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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