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강재 소개각종 소송강제집행 등인터넷등기등  기답변서게시판법률상담실영혼의 샘참  고유관기관업무관련



법무사 K의 친구 A는 부동산 중개법인의 대표이다. 지난 봄이었다. A가 법무사 K에게 전화를 했다.  
“상고이유서 좀 써줄래?”
별다른 설명도 없이 느닷없이 상고이유서를 부탁하는 A에게 K는 1심과 2심의 기록검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에 따른 성과는 별로 없는 상고심의 속성을 먼저 설명했다. A뿐만 아니라 불이익을 당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1심과 항소심의 재판에 불만을 가지고,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실관계의 오류와 모순을 나열하며 억울함을 호소해 봐도 법률심인 상고심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생면부지의 고객이라면 결과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받고 작성해 주면 될 테지만 A는 친구였다. 공연히 애만 쓰고 좋지 않은 소문에 휩싸이기 십상이었다.
“괜찮다. 승패에 연연해서 상고하는 건 아니니까. 이대로 물러나려니 너무 억울해서 그래. 부담 갖지 말고 좀 써줘.”
A는 마치 탐욕에서 초탈한 신선처럼 그렇게 말했다. K는 마지못해 A가 보내온 1심과 2심의 기록을 받아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5년 전, A는 우연한 기회에 대외적으로 꽤 알려진 W호텔의 매각사건에 개입하게 되었다. 그 과정을 보면 B라는 브로커가 평소 호텔업에 뜻을 둔 한 러시아계 한국인 재력가 M의 인수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B가 참여한 인수단은 W호텔을 840억 원에 매입하겠다는 인수 의향서를 작성해 호텔 측에 제시했는데 W호텔 측은 변호사를 내세워 250억 원을 더 요구하면서 M측에도 거래관계를 주도할만한 인적구성을 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B는 이 호텔 운영에 관한 타당성 검토와 문제점 분석과정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 상태였다. 자칫 각 분야의 전문가를 들였다가 자신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한 B는 중개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A를 협력자로 선임하였다. A는 호텔 운영이나 사업전망에 관한 경험이 전무하고, 이 호텔에 대한 정보 또한 가진 것이 없었지만 그때까지 이 업무를 전담했던 B의 도움을 받아 계약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A는 호텔 측과 총 매매대금 1,020억 원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M과는 계약이 성사되면 등기에 필요한 제반 경비를 포함하여 27억 원의 용역대금을 받기로 하는 용역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였다. 물론 이 계약의 중개인으로는 A가 대표로 있는 부동산 중개회사의 명의를 사용했다.
그런데 계약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을 때 별안간 M이 A의 개입을 차단한 뒤 다른 경로를 통하여 호텔 측과 매매계약을 체결해 버렸다. A측은 발칵 뒤집혀 버렸다. 회사의 다른 업무를 포기한 채 이 호텔 인수 건에 전력을 기울였고 B와도 내부계약을 해둔 상태여서 보통 낭패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A는 M을 상대로 용역비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상하게 B가 소극적으로 나왔다. 사실 회사의 인력과 시간 낭비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B는 경제적 손실을 많이 입은 상태인데도 재판으로 해결해 봐야 좋을 것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A는 이대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이미 계약이 물 건너간 마당에 그동안 낭비한 인건비라도 건질 요량이었다. 거의 1년에 걸친 재판을 통해 A는 7억 원의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B의 배당금 반환 소송, A는 1심 패소 후 항소했지만 역시 패소

27억 원에서 7억 원으로 감액된 재판결과에 M은 순순히 승복하고 이 돈을 A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A가 막상 용역비로 7억 원을 받게 되자 그때까지 소송비용은 물론 모든 절차에서 전혀 협조를 하지 않던 B가 7억 원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즉 앞서 M을 상대로 용역비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용역비 27억 원 중에서 12억 1천만 원을 가져가기로 한 약정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약정에서 정한 배당률도 그대로 지키라고 했다. 그런데 A가 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고 할 때 B는 이 배당액 약정 계약을 해제한다는 최고서를 보낸 적도 있었다. 이러저러한 문제로 쌍방 합의가 되지 않자 B는 중개법인을 상대로 약정금 3억 원을 지급하라는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1. 당초 용역비 27억 원에는 계약이 성사되었을 경우에 소요될 취·등록세를 포함한 등기비용 3억 원이 포함되었으므로 B에게 배당될 12억 1천만 원에서 부가세 1억 2천여만 원 및 소득세 1억 8천만 원을 공제하면 결국 B의 최초 배당액은 6억 75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금액은 총 배당액 27억 원의 25%에 불과하다.  
2. A가 M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때 지출한 소송비용은 가압류, 변호사 비용을 포함하여 6,675만 원이므로 B도 일정한 비율의 금액을 부담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B가 부담할 소송비용은 2,860만 원 (7억 원 중 3억 원의 비율)이다.
3. B는 공인중개사가 아니면서 부동산 컨설팅 등을 포함한 용역을 제공하고, 그 용역비를 취하기 위하여 A회사와 배당에 관한 약정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이 약정서는 무효이다. 즉, ‘공인중개사에게 거래를 전담시킨 것은 거래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증보험에 의해 손해전보를 보장할 수 있는 등 국민의 재산적 이해관계와 국민생활의 편의를 위한 것(대법원 98도 1914호)’이다.
4. B는 이 배당액 약정에 대해 최고서를 보내 해제했으므로 이 약정서는 효력이 없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이러한 A의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약정서의 문맥을 그대로 인정하여 ‘12억 1천만 원 ÷ 27억’의 비율을 7억 원에 그대로 적용하여 3억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1심이 인정한 3억 원 중에서 계산 착오에 의한 1,767,127원에 대한 부분만 파기를 했다. 7억 원에 관한 재판에 소요된 소송비용에 관하여는 지출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판결문을 검토한 A는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했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항소심에서 패소한 사건이 상고심에 가서 승소할 확률은 0.1%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패소할 것이 뻔한 사건이라도 여기서 물러서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렇다고 변호사를 선임한다면 또 고액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었다. 아마 이런 상황에서 A가 머리를 굴리다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친구인 법무사 K의 존재였는지 모른다.


법무사 K, '사정변경 원칙‘ 주장하며 상고이유서 작성

사건 기록을 전체적으로 검토한 뒤 K는 아무래도 이 사건은 용역비 배분에 있어서 사법의 기본원리인 '사정변경 원칙'을 주장하여 원심의 판단 오류를 지적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먼저 사건의 쟁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다.

1. 용역비 배분 문제 : 원고와 피고 간에 작성한 ‘확약서’와 ‘용역비 배분 및 세금정리’에 표시된 배분     율에 대하여 사정변경 원칙이 적용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

2. 소송비용(법원에 현저한 사실)의 증거제출 문제 : 이 사건의 전제가 된 7억 원 재판의 소송비용에     대하여 입증이 필요한지 여부

3. 「공인중개사법」 적용 문제 :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이 행한 원고의 행위가 중개행위와 상관이 있     는지 없는지, 그래서 「공인중개사법」에 위반되지 않는지 여부.

이러한 기준아래 법무사 K는 상고이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먼저 법규 위반의 점으로 「민사소송법」 제288조“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아니 한다”는 규정을 들었다. 즉, 이 사건 배당요구의 근거였던 7억 원의 재판에서 피고가 지출한 비용이 66,750,000원인데 이것을 배당금 약정의 비율로 따져 원고가 부담할 액수에 대해서는 이 사건에 증거서류로 첨부한 전 사건의 소송기록에 명백히 표시되어 있으므로 이 소송비용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 아니냐는 점을 명시했다.
둘째,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원고가 피고의 지위를 이용하기 위해 호텔인수 계약에 참여시켰는데, 원고가 이 사건 중개행위에서 행한 컨설팅 업무와 용역계약은 공인중개사의 고유업무라는 점. 이에 ‘대법원 2010.12.23.선고 2008다75119’ 판결의 내용을 언급하며 원고 B 스스로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어서 A가 대표로 있는 부동산 중개회사의 명의를 빌렸노라고 실토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공인중개사법」 위반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
셋째, 원고 B와 피고 간에 작성한 용역비 배당에 관한‘확약서’및‘용역비 배분 및 세금정리’는 용역비 24억 원과 부동산 명도비 3억 원이 지급되는 조건으로 합의하여 작성되었으므로 만일 피고가 전액 승소를 했더라도 소득세 3억 6450만원, 부가세 2억 7000만원을 부담한 뒤 원고에게 12억 1000만원을 지급하고, 제3중개인에게 7억 3000만원을 지급하고 나면(이 제3중개인은 피고 회사에 소속된 사람으로 이 사건 중개행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인데 1심과 2심이 이 부분을 피고 회사의 이익으로 계산해 놓은 것을 일부로 분리했다), 피고에게 남는 돈이 125,00,00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판결에 의하여 수령한 금액이 7억 원에 불과하므로 이를 위 확약서와 배분표대로 환산해 보면, 소득세 105,000,000원, 부가세 70,000,000원을 납부한 뒤 원고 B에게 298,232,873원을 지급하고, 제3중개인에게 250,000,000원을 지급하고 나면 피고는 배당금도 없이 23,232,873원의 적자가 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A의 책임 하에 A의 비용으로 M을 상대로 재판을 하여 승소한 금액 7억 원은 엉뚱한 사람이 모두 차지하고, 되려 23,232,873원의 손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불합리하다고 주장한 뒤 그럼에도 원심 재판부가 위 확약서의 내용을 문맥 그대로 적용하여 배당률을 계산한 것은 조리와 사정변경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 보기 드물게 사건을 원심법원에 파기 환송해

4개월 후,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사건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1. 7억 원 재판에서 소요된 소송비용 중 원고에게 2,860만원의 부담을 구하는 피고 주장은 그 증명 이 없으므로 이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채증법칙 위반, 불요증 사실에 관한 민소법의 위반은 없다.
 2. 이 사건은 위에 언급한 대법원 판례와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 원고의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이 아니다.
 3.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몫의 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원고가 지출하지 아니한 명도비 3억 원을 원고가 배분받기로 한 12억 1000만 원에서 공제할 경우에는 이를 실 배분액 20억 655만 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가 실제 수령한 7억 원에는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몫의 비율에 따라 원고에게 배분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A는 (700,000,000원-175,000,000원)×(810,000,000원÷1,765,500,000원)= 240,933,000원을 지급하되, 피고 패소 부분 전체가 파기되었으므로, A는 증거를 제시하여 다툰 소송비용 28,600,000원을 공제한 후 212,333,000원만 B에게 지급했다. 결국 이 사건 상고심의 파기환송으로 A는 85,899,873원의 이익을 얻었고, K로서는 법무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을 받아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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